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빅게임 플레이어 10인”을 선정해 공개했다.
이 매체는 “한 선수가 경기 흐름을 장악하고 혼자 힘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만큼 짜릿한 순간은 없다”며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 중 하나로, 선수들은 매 경기 극도의 압박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시즌 중에는 팀 동료들의 컨디션, 부상, 날씨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에이스에게 의존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며 “이처럼 모두가 긴장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역사적으로 큰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1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기준은 총 네 가지였다. 중요한 순간에서의 영향력, 선수의 명성, 꾸준함, 그리고 당시 경기의 맥락이다. 팬들의 기대치, 압도적인 활약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보여줬는지, 그리고 경기의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10위부터는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첼시), 빈센트 콤파니(맨체스터 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가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박지성이 4위에 선정됐다. 매체는 “2000년대 중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니, 라이언 긱스였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가장 신뢰한 선수는 박지성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출신 박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전담 마크하는 데 최적의 무기였다”며 “이런 특성이 그를 빅게임에 가장 이상적인 선수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체는 “퍼거슨 감독은 2011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FC 바르셀로나에 1-3으로 패한 뒤, 박지성을 리오넬 메시에게 붙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수비뿐만 아니라 역습 상황에서도 위협적이었고,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엄청난 자산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아스날과의 맞대결 12경기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한 점이 강조됐다.
박지성 위에는 전설적인 이름들이 자리했다. 3위는 티에리 앙리, 2위는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1위는 ‘결승의 사나이’로 불린 디디에 드로그바가 차지했다.

비록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피터 슈마이켈, 존 테리, 버질 판 다이크, 프랭크 램퍼드, 가레스 베일, 파트리크 비에라, 은골로 캉테 등도 빅게임에서 강했던 선수로 언급됐다.
한편 박지성은 최근 국제 축구 행정 무대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박지성을 남자 축구 이해관계자 위원회(FIFA Men’s Football Stakeholders Committee) 위원으로 공식 위촉했다. 임기는 2029년까지다.
박지성 축구클럽은 지난달 26일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박지성 이사장이 FIFA 남자 축구 이해관계자 위원회 위원으로 공식 위촉돼 2029년까지 활동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해 세계 축구 행정 무대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역할을 맡게 된 만큼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FIFA는 박지성을 ‘FIFA 레전드-한국’으로 소개했다. 박지성과 함께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 페루 축구의 상징 테오필로 쿠비야스, 아르헨티나계 미국인 해설가 안드레스 칸토르도 이번 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FIFA 남자 축구 이해관계자 위원회는 2017년 신설된 FIFA의 9개 상임 위원회 중 하나다. 전 세계 선수, 클럽, 리그, 협회, 대륙연맹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충돌을 조정하고, 각 주체의 의견을 FIFA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경기 수 증가와 일정 과밀, 선수 혹사 논란이 이어지며 위원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지성은 앞서 지난해 10월 위원 임명 소식이 전해졌고, 최근 공식 위촉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 프로축구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니 FIFA에서도 그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 같다”며 “FIFA 쪽에서 먼저 제의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박지성은 “행정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있다. 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며 “잘하면 좋은 행정가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평가도 감수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신뢰받는 카드’였던 박지성은 이제 세계 축구 행정 무대에서도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프리미어리그 빅게임 플레이어로 인정받은 그의 이름이, 행정가로서도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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