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고(故) 안성기를 애도하며, “나에겐 철인이셨다”고 밝혔다.
오늘(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 안성기의 장례 미사와 영결식이 거행됐다. 정우성은 고인의 영정을, 이정재는 훈장을 들고 나란히 명동성당에 들어섰다.
이날 영결식에서 정우성은 조사를 낭독했다. 먼저 정우성은 “언제인지 기억도 되살리기 어려운 어느 시점, 제가 선배님께 처음 인사를 드릴 때, 선배님께서 저에게 건네주신 인삿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응 우성아’.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후배를 대하시듯 그렇게 친근하고 온화한 음성과 미소로 저의 이름을 불러주셨습니다”라며 고 안성기와의 첫 만남 일화를 언급했다.


이어 정우성은 “그 후 200년도 전 선배님과 영화 ‘무사’ 촬영을 위해 중국을 다니며 5개월간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참 쉽지않은 촬영 환경 속에서도 선배님께서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듯하게 부르시며 현장을 보듬어주셨습니다”라고 함께 작업했던 일화를 떠올렸고, “그 온화함에는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품위와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배려심과 자신을 앞세우지 않으시려던 겸손과 절제, 그렇게 선배님께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당연히하시고 자신에 대한 높임을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셨습니다”라고 고 안성기에 대해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아역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배우 활동을 이어오시면서 선배님께서는 한국 영화를 온마음으로 품고, 한국 영화의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시려고 애쓰셨다. 그렇게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영화인 안성기로서 스스로에게 책임과 임무를 부여하셨던 것 같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했던 분이셨다.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너무나 무겁고 버거웠다. 때로는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님께서는 늘 의연하시고 조신하셨다. 선배님의 온화함은 참으로 단단했고 강했다”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특히 정우성은 “선배님께서는 저에게 철인이셨습니다.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온화한 모습으로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하는 철인, 참으로 숭고하셨습니다”라며, “모든 사람을 진실된 이해와 사랑으로 대하시던 선배님.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내신 아름다운 얼굴 안성기. 늘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셨던 선배님은 그 어떤 향기보다 향기롭고, 빛나는 선배님이십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지나간 수많은 가치를 잊고 사는 시대에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안성기의 언어로 표현하셨습니다. 여기 누군가가 그의 호칭으로? 선배님께 ‘어떠셨나요?’ 하고 묻는다면, ‘응 나는 괜찮았어’라고 정갈한 음성과 미소로 답하실 선배님이 그려집니다. 선배님과 어떠셨나요?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존경하고 또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선배님께서는 저에게 살아있는 성인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라고 마무리했다.

고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혈액암은 재발로 투병 중이던 고인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온 지 6일 만에 눈을 감았다. 장지는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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