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대로 이진영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격 코치는 현역 시절 ‘국민 우익수’로 불렸다.
지난 2006년 3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1회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수비 덕분이었다.
당시 0-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 위기 상황. 니시오카 쓰요시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3-2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결국 WBC 4강 신화를 쓰며 야구 강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년이 흐른 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한국은 5점 차로 앞선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릭슨 윙그로브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향했다. 자칫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우익수 이정후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흐름을 끊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승 2패였던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8강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은 호주를 7-2로 꺾으며 2009년 제2회 대회 이후 17년 만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자칫하면 8강 진출이 무산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이정후의 슈퍼 캐치가 팀을 구한 셈이다.

일본 언론도 이 장면에 주목했다.
일본 스포츠 매체 ‘닛칸 스포츠’는 “한국이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꽃미남 주장’ 이정후가 9회 슈퍼 캐치로 팀을 구했다”며 “만약 이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호주가 8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데일리 스포츠’는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한국 선수들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우익수 이정후는 얼굴을 그라운드에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경기 전에 말했듯이 쫓기면 안 되는 경기였다. 선취점이 이른 시간에 나와 우리 페이스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8회 1점을 허용한 이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9회 초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염원이 한데 모였던 것 같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류지현 감독은 “이정후가 우중간 어려운 타구였음에도 끝까지 트라이했다. 자신감이 있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이정후의 슈퍼 캐치를 칭찬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