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큰 변화를 맞았다. 홍명보 감독이 물러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도부 개편만으로 대표팀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흔들린 선수단을 추스르고 다음 방향을 세우는 과정에서 주장 손흥민(34, LAFC)의 역할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체코를 2-1로 꺾었으나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0-1로 패했다. 1승 2패에 그치며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던 남아공전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대회 탈락 이후 감독과 협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손흥민은 대회를 마친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라고 표현하며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은 확인됐다. 이제는 그 책임감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손흥민은 2018년부터 대표팀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오랜 시간 대표팀의 얼굴이자 공격의 중심이었다. 동료들에게는 가장 경험 많은 선배였고, 팬들에게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으나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없었고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대표팀이 손흥민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책임도 있었지만, 손흥민 역시 전성기 때의 폭발적인 움직임과 결정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축구가 손흥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풋볼트랜스퍼'는 "손흥민은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바통을 넘겨줘야 할 때가 온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매체 '비사커' 역시 손흥민을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는 손흥민이 당장 대표팀을 떠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손흥민의 경험과 결정력, 상징성은 여전히 한국 축구에 필요한 자산이다. 대표팀의 모든 공격과 기대를 한 선수에게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해외 대표팀의 사례를 보면 위기 상황에서 주장의 역할은 경기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벨기에는 선수단 내부 갈등과 감독의 리더십 문제로 흔들렸다. 당시 주장 에당 아자르는 예정된 후배 선수들 대신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 라커룸 분위기를 설명하고 선수단을 감쌌다. 내부 갈등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만 주장이 전면에 나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13/202607130925776204_6a54358e39810.jpg)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프랑스는 훈련 거부 사태로 무너졌다.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는 사태의 중심에 있었고 이후 징계도 받았다. 그는 조별리그 탈락 뒤 언론 앞에 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월드컵 기간 벌어진 일에 대해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례의 방식과 결과는 모두 달랐다. 공통점은 위기의 순간에 주장이 선수단의 목소리를 밖으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팀 내부 문제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협회 운영에 대해 선수가 어느 선까지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가 지도부 교체와 세대교체를 동시에 준비하는 시점에서 주장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경기 후 사과문 하나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시선은 존재한다.
이번 월드컵 기간 대표팀 내부 불화설이 제기됐고, 대회 이후에는 협회 운영과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졌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국회 청문회 참고인 명단에서도 소속팀 경기 일정을 이유로 최종 제외됐다.

침묵이 곧 책임 회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내용을 섣불리 언급하지 않는 것도 주장에게 필요한 판단일 수 있다. 다만 대표팀의 방향이 흔들리는 시기인 만큼 선수단 내부에서 동료들을 추스르고, 다음 세대가 자리 잡도록 돕는 역할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손흥민 이후 대표팀의 중심으로는 이강인이 거론된다. 창의적인 왼발과 탈압박, 전진 패스, 세트피스 능력을 갖춘 이강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공격을 이끌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대립 구도로 볼 필요는 없다. 손흥민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면서 이강인과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책임을 맡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에이스보다 경험을 나누고 팀의 중심을 연결하는 리더로 변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새로운 감독을 찾는 일만큼 선수단 내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중요하다. 지도부 개편, 세대교체, 주장 리더십이 따로 움직여서는 변화가 오래가기 어렵다.
손흥민이 당장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이유는 없다. 동시에 한국 축구가 손흥민에게 계속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손흥민 없는 대표팀'을 서둘러 만드는 일이 아니다. 손흥민이 남아 있는 동안 그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 자연스럽게 넘기고, 새로운 중심이 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