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못 가져도 포클랜드는 영국 땅” 아르헨 현수막 대형 논란…‘독도 세리머니’ 박종우 전례까지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18 18: 48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 세리머니가 영국과의 외교 충돌로 번졌다.
아르헨티나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역전승의 환호가 가라앉기도 전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지오바니 로 셀소가 정치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렸다.
현수막에는 스페인어로 ‘라스 말비나스 손 아르헨티나스’라고 적혀 있었다. 영어로 포클랜드 제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 제도로 부르는 섬이 아르헨티나 영토라는 주장이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현수막을 펼친 채 관중석을 향해 웃고 손을 흔들었다.

FIFA 징계위원회는 경기 보고서와 당시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FIFA 경기장 행동 규정은 정치·이념·종교적 성격을 포함해 스포츠 행사에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의 노출을 금지한다. 잉글랜드를 꺾은 직후 상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섬을 끌어들였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영국 정부의 반응은 거셌다. 총리실은 월드컵 우승컵은 영국 것이 아니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히 영국 영토라고 반박했다. 피터 카일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도 정치와 축구는 분리돼야 한다며 FIFA의 조사를 요구했다.
포클랜드 제도는 남대서양에 위치한 영국령이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1982년 아르헨티나가 섬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벌어졌고 아르헨티나군 649명과 영국군 255명이 숨졌다. 40년 넘게 흐른 뒤에도 양국의 상처는 닫히지 않았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선수들의 행동을 옹호했다. 모든 아르헨티나인이 공유하는 감정을 표현했으며 벌금에 관한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미국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책임자 앤드루 줄리아니도 미국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다. 미국 헌법과 FIFA 징계 규정은 서로 다른 선 위에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이미 전례가 있다. 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도 같은 문구를 내걸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3만 스위스프랑의 벌금을 받았다. 이번 현수막은 월드컵 준결승 종료 직후 선수들이 직접 들었다.
다른 대표팀도 정치적 문구를 피하지 못했다. FIFA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세르비아 대표팀 라커룸에 코소보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가 걸리자 세르비아축구협회에 2만 스위스프랑의 벌금을 부과했다. 관중석이 아닌 선수단 공간에 놓인 메시지도 징계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한국 축구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박종우는 2012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 땅’ 문구를 들었다. FIFA는 박종우에게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3500스위스프랑을 부과했다. 우발적으로 건네받았다는 해명에도 정치적 메시지 금지 원칙은 그대로 적용됐다.
박종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별도 심의까지 받은 뒤에야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자국 팬에게서 현수막을 받았다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펼쳐 든 행동 자체는 남는다. 14년 전 한국이 거쳤던 절차가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 앞에 놓였다.
아르헨티나는 20일 오전 4시 스페인과 월드컵 결승을 치른다.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선수단 뒤에는 FIFA 징계위원회의 경기 보고서가 함께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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