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 앞에서는 전설들도 기자가 됐다. 미국프로풋볼의 톰 브래디, 테니스의 노바크 조코비치, 미국프로농구의 케빈 듀란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메시였다. 결승 전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은 취재진 대신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묻는 무대로 바뀌었다.
메시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너틱스 페스트’에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함께 참석했다. 스포츠 스타의 사인회와 팬 행사가 이어지는 나흘짜리 축제에 FIFA가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 기자회견을 통째로 옮겼다. 수백 명의 관중은 답변보다 메시를 휴대전화에 담느라 바빴다.
첫 질문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슈퍼볼 우승을 일곱 차례 경험한 브래디는 19년 전 메시가 생후 3개월이던 라민 야말을 목욕시키는 사진을 꺼냈다. 당시 자선 달력 촬영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이제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공격을 책임진다. 메시는 사진을 보고 자신도 놀랐다며 “정말 미친 사진”이라고 짧게 웃었다.


메이저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인 조코비치는 압박감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물었다. 메시는 압박을 별도의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경기와 경쟁의 일부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언제나 이길 수는 없고, 선수는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사람과 선수로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조코비치는 질문을 마친 뒤 스페인어로 “고맙다, 레오”라고 인사했다. 이어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과 스페인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 주장 로드리에게 큰 경기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물었다. 로드리는 상대팀 주장인 메시를 두고 자신에게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듀란트의 질문은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를 향했다. 남자 농구 사상 유일한 올림픽 4연속 금메달리스트가 월드컵 2연패의 무게를 물었다. 마르티네스는 메시와 동료들이 조국에 다시 트로피를 가져가기 위해 모든 것을 쏟겠다고 답했다.
아르헨티나는 7전 전승으로 결승까지 왔다. 16강 이집트전에서는 후반 0-2를 뒤집었고, 준결승 잉글랜드전도 0-1에서 2-1로 돌렸다. 스페인은 6승 1무다. 조별리그 첫 경기 카보베르데전 무승부 뒤 6연승을 달렸고 대회 내내 단 한 골만 내줬다.

행사의 끝도 기존 기자회견과 달랐다. 배우 케빈 하트와 래퍼 트래비스 스콧, 잉글랜드 전설 리오 퍼디난드, 패너틱스 최고경영자 마이클 루빈까지 무대로 올라왔다. 브래디와 조코비치, 듀란트는 선수·감독들과 메시를 중심으로 단체 사진을 남겼다.
무대에 모인 기록만으로도 한 편의 스포츠 박물관이었다. 브래디는 NFL 역사상 가장 많은 슈퍼볼 우승을 거뒀고 조코비치는 남자 테니스 메이저 최다 우승자다. 듀란트는 남자 농구 최초의 올림픽 4연속 금메달리스트다. 세 사람이 차례로 질문을 던진 뒤 마지막에는 모두 메시 옆자리를 찾았다.
이번 행사는 결승 전 메시의 마지막 공개 일정으로 잡혔다. 관중은 그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박수보다 먼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메시는 객석을 바라보고 웃은 뒤 손을 흔들었고, 그제야 극장을 채운 함성이 터졌다. 기자회견보다 공개 쇼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메시는 “우리는 절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면 1958년과 1962년 브라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한다. 전설들이 기자로 변한 무대 뒤에는 20일 오전 4시,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결승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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