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3선 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은 선거를 십여 일 앞두고 마지막 홍보에 총력전을 펼친다. 지역구 내에서는 이미 지지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이미지만 유지한다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거기에다 사건 사고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보좌관 박희철(김무열 분)까지 준비는 끝났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내달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 제공배급 NEW, 제작 수필름・홍필름)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코믹극이다.

주상숙이 후보자들의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분)의 후광 덕분. 할머니의 명성을 등에 업어 청렴하고 믿음직스러운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녀는 삼류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이미지 메이커다.
자신을 서민들의 1등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왔던 그녀가 결정적인 하나의 사고를 겪으며 거짓말 하는 ‘주둥이’를 잃어버렸다.
‘정직한 후보’는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리메이크 해 스크린에 옮겼지만, 한국적인 정치 상황 및 색채를 반영해 변형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남자 정치인인데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여자 캐릭터로 바꿨고 배우 라미란의 코믹 내공을 십분 활용해 캐릭터에 녹여냈다.

선거 유세에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때는 ‘응답하라 1988’ 속 정봉-정환 엄마 같으면서도, 각 잡힌 정치인의 가식을 보여줄 때는 ‘상류사회’ 이화란 같다. 돈과 명예 등 다양한 욕망에 휩싸인 얼굴을 모사했다.
주상숙 역의 라미란은 물론 보좌관 역을 맡은 김무열, 그리고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 역의 윤경호까지. 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함과 동시에 조화를 이뤄 안정감을 이뤘다.
관객들이 가장 크게 폭소할 만한 장면은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주상숙이 그간 속에 쌓아두었던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다. 그녀의 곁에서 안절부절 못 하는 보좌관 희철, 남편 만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책임졌다. 2월 12일 개봉. 러닝타임 104분.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