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김광빈 감독은 하정우가 각본 집필 과정에 얼마나 참여했느냐는 물음에 “아이디어를 냈다. (하정우가 맡은 캐릭터)상원에 대해 제가 얘기한 게, 건축 설계사지만 아버지로서 서툴다고 했다. 일에 몰두하려는 마음이 커서 차갑고 건조한 인물이라고 얘기하니 ‘북유럽 스타일’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빈 감독은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것에 착안해 많은 부분이 확장이 됐다. 상원의 옷이 푸른색인 것, 그의 자동차 종류 같은 게 거기서 확장이 됐다”며 “제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것과 관련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고 실제로 반영된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하정우는 ‘클로젯’(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의 상원 캐릭터를 해석하면서 김 감독과 그의 친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렸다고 했다. 하정우에 따르면, 김광빈 감독의 부모님이 미국에서 거주하고 김 감독은 한국에서 혼자 대학교를 다니면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면 그렇게 어색했다고.
이날 김광빈 감독은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부모님이 미국에 가셨지만 그 전에도 제가 아버지와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웃음). 아버지가 엄격한 분이라서 어릴 때도 친한 관계는 아니었는데 가끔 제가 미국에 가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냉랭하더라. 아버지도 제게 뭔가 말을 건네야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전까지 (부자 관계가 왜 그렇게 되는지)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 거는 방법을 모르시는구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게 더 생기는 구나 싶다”며 “2004년부터 16년째 계속 떨어져 살고 있다. 지금은 예전과 비교해 확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극중)상원이 딸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어설프다. 하정우에게 제 상황을 말씀을 드렸는데 연기에 참고를 하신 거 같다”고 밝혔다.
‘클로젯’은 공포물의 장르를 빌려 가족 구성원간의 진정한 소통과 사랑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저는 상원과 딸, 단 둘에게 초점을 맞췄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버지상은 물론 아버지의 역할도 다르게 인식되긴 했지만 과거부터 아버지들이 ‘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됐지’ ‘돈만 벌어오면 됐지’라고 여겼었지 않나. 시대가 변하면서 그렇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아직까지 확실하게 굳어진 거 같진 않더라. 제일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딸에 대해서, 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거다. 이나를 찾아다니면서 자신 때문에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는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하정우는 김 감독의 실제 상황을 반영해 상원 캐릭터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설득력을 높였다. 아버지의 부성애부터 미스터리한 존재들과 마주하는 두려운 마음까지 소용돌이치는 인물의 감정을 그렸다.

‘클로젯’의 배경이 상원의 2층 집, 이나(허율 분)의 방이라 장면마다 관객들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콘티부터 많은 신경썼을 터이다.
김 감독은 “촬영 직전까지 콘티는 계속 다시 그렸다. 그림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지만 촬영 감독님도 워낙 베테랑이셔서 변화한 상황에 맞춰서 금세 익숙해지더라. 새로운 상황에 맞춰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상원의 집에 대해서는 “헌팅을 통해 실제로 있는 집을 찾아내 CG를 덧댔다. 1층은 미술세트를 추가해 덧대기도 했고. 2층은 CG로 만들었다”며 “상상 속에만 있던 2층집이라 찾기 힘들었다. 외국 스타일의 집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벽장이 하나의 인물처럼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상원과 경훈이 그 안을 바라봤을 때 어둡고 서늘함이 느껴지길 바랐다. 그냥 벽장을 바라보는 느낌과는 다를 테니 조명, 미술 등 모든 걸 써서 장르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만들어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