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떳떳한 규현 되고파"
아이돌, 예능인에 이어 뮤지컬 배우 타이틀도 확고히 하고 있다. 팔방미인 다재다능한 규현이기 때문. 2010년 뮤지컬 ‘삼총사’를 시작으로 어느새 10년 넘게 뮤지컬 배우로 롱런하고 있는 그가 ‘웃는 남자’로 인생작을 경신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그윈 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그윈 플렌은 기이하게 찢긴 입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규현이 그윈 플렌 역을 맡아 이석훈, 엑소 수호, 박강현과 함께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소집해제 이후 복귀작으로 ‘웃는 남자’를 택해 누구보다 열심히 무대에서 뛰놀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규현을 만났다. 주로 화, 목요일에 ‘웃는 남자’ 공연을 하고 금, 토, 일요일에는 슈퍼주니어 멤버로 해외 투어를 돈다는 그는 바쁜 스케줄을 쪼개 취재진을 만났다.

-소집해제 후 4년 만의 무대 복귀인데
“3년 반 만의 첫 작품이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 걱정을 제일 많이 했다. 연차도 많이 쌓였는데 후배들도 있으니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됐다. 오랜만에 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공연을 할 수록 더 나아지고 있다. 많이 배우고 몰입하고 있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뮤지컬 욕심이 많았는지
“처음 ‘삼총사’를 했을 때 저는 ‘슈퍼주니어 걔’ 정도도 아니었다. 그냥 대중에게 전 모르는 사람이었다. 연습도 지하철 타고 다니며 했다. 하지만 뮤지컬 쪽에서 먼저 제안이 오니 감사한 기회라 정말 열심히 했다. 또 하다 보니 뮤지컬이 재밌더라. 다른 누군가가 돼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게 재밌더라.”
-아이돌 출신이라 텃세나 편견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제일 먼저 연습실에 가고 선배들 물 떠다 드리고 했다. 아이돌 가수 연차 생각없이 뮤지컬 연차처럼 행동했다. 뮤지컬은 팬 말고 일반 관객들이 많이 와주시는데 아직도 ‘뮤지컬 공연에 가수가 있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편견이 생긴 이유도 있겠지만 색안경을 벗어주셨으면. 뮤지컬 배우들 중에 오랜 경력으로 하는 분들 많고 바닥부터 시작한 분들이 많아서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이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제대로 보고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
-SM 후배이지만 '웃는 남자'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해낸 수호는 5일 마지막 공연을 했다.
"수호를 고등학교 때부터 봤다. 저를 잘 따르는 동생이다. 몰랐는데 밖에선 남자답고 리더고 멋있더라. 그런데 저한테 오면 아기가 된다. 워낙 스케줄이 바빠서 연습하고 바로 가느라 따로 얘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연습할 때 서로 봐주면서 도움을 주고 받았다. 진짜 사랑스러운 그윈 플렉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예뻐하는 동생이 공연 잘 마친 걸 보니 뿌듯하다. 몸도 워낙 잘 쓰고 춤을 잘 추니까 잘했다. 한 달간 짧게 공연 하고 끝냈는데 수고했어. 수호야. 고생했어."
-규현의 그윈 플렉. 장점이 뭘까?
“넘버 소화력? 진심을 다해서 노래하는 진정성과 혼을 담은 연기? 사실 박강현, 수호, 이석훈 배우들 모두 그렇다. 그래서 제것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전 유쾌할 땐 유쾌하고 진중할 땐 호소력 있게 던질 수 있다. 조연출이 모니터 하면서 ‘해맑고 순진하고 밝은 그윈 플렌이 무너져 내리는 갭 차이가 커서 뒤에 오는 감정이 커지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 장점을 살려서 해맑고 천진난만한 그윈 플렌을 만들고 있다.”

-여러 작품들을 했는데 ‘웃는 남자’는 어떤 의미인가
“첫 뮤지컬 때 아무 것도 모르고 했다. 연출님이 대사 주면 그냥 외우고. ‘베르테르’ 때부터 인 것 같다. 조승우, 엄기준 배우가 너무 잘하니까 나 역시 종일 베르테르처럼 살아야겠다 싶더라. 이번에도 집중해서 하고 있다. 제가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봐 주시는 팬들이 더 중요하다. 팬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더라. 규현의 인생작이라며 즐겁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 제게도 그런 의미로 좋은 것 같다. 맞는 캐릭터를 얻었다.”
-캐릭터를 소화하며 카타르시스를 얻는다고?
“‘모차르트!’ 때 전 천재가 아닌데 천재가 돼 봤다. 이번에도 그윈 플렌 덕에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저는 평범하고 보통 남자다. 그윈 플렌처럼 부와 명예를 버리고 다시 밑바닥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대단한 캐릭터다. 맞서 싸우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용기가 실제 저는 없어서 그윈 플렌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개막 후 달려온 본인에게 스스로 칭찬하자면?
“다행히 실수없이 지금껏 해오고 있다. 21회차 중에 4일까지 11회 했으니 이제 딱 절반 했다. 실수 없이 무사히 무대에 오르며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드린 것 같아서 뿌듯하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웃는 남자’를 관객으로 보고서 감동을 받았고 머릿속에 맴돌고 넘버를 찾아 들으며 나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라. 다만 후기들 보면 만족하신 것 같아서 행복한 감정이다. 굉장히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로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는 남자’를 아직 못 본 팬들에게
“‘웃는 남자’는 175억 원의 제작비 덕에 큰 무대,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넘버의 멜로디가 예쁘다. 극 세트나 의상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절정으로 치닫는 중요 메인 넘버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다. 팬들의 편지를 다 읽는 편이다. ‘규현 네가 나의 살아가는 이유’라는 편지를 읽는다. 감사하다.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고 팬들에게 멋진 가수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더 열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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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M, EMK 뮤지컬 컴퍼니,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