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아동학대부터 오컬트까지..개연성은 하정우X김남길 [Oh!쎈 리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2.05 16: 46

아동학대를 향한 사회 고발적 메시지부터 엑소시즘과 무속 신앙까지, 하나만 다뤄도 흥미진진할 소재를 한데 모은 것도 모자라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의 연기 호흡까지 더했다. 영화 '클로젯'의 이야기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클로젯'(감독 김광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 퍼펙트스톰필름)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상원(하정우 분)은 아내를 잃고 이사온 집에서 딸 이나(허율 분)를 잃어버린다. 이나는 사라지기 전부터 상원에게 위험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괴기한 낙서를 그리거나, 아끼는 바이올린에 칼자국을 내놓거나, 갑자기 낡은 인형을 껴안고 다닌다거나. 

하지만 상원은 이를 철저히 외면한다. 그에게는 아이보다 일이 우선이다. 한시도 아빠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아이를 보모에게 버려두다시피 맡기고 떠난다. 결국 이나는 이날 집 안에서 사라진다. 아니, 아빠의 무관심을 피해 옷장 너머로 숨었다.
그제야 상원의 절절한 부성애가 불쑥 고개를 치켜든다. 상원은 아이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플래카드를 걸고, 방송에도 나간다. 그러다 되려 범인으로 의심받아 난생처음 악플 세례도 받아본다. 
그리고 며칠 뒤 어딘가 산만하고 음침한 구석이 있는 한 남성 경훈(김남길 분)이 상원을 찾아온다. 자신이 퇴마사란다. 믿기 힘든 얘기지만, 딸을 찾을 방도가 없는 상원은 결국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아동학대, 미스터리, 부성애, 오컬트까지, 영화 전반부를 짧게 요약한 네 문단에서 벌써 뽑아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만 네 개다. 
앞서 김광빈 감독은 '클로젯'의 기획 의도에 대해 "아동학대 소재라고 규정지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현대 가족상을 다루고 싶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 등에 대한 시선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하정우, 김남길 역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봐달라고 입을 모은 바. 이들의 당부는 결국 '클로젯'의 성격을 관통하는 셈이다.
이처럼 '클로젯'은 야심 찼다. 김광빈 감독은 상업 장편 데뷔작인 '클로젯'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욕을 부리진 않았다. 아동학대도, 부성애도, 미스터리도, 공포도 서사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빠 하정우, 퇴마사 김남길의 연기 호흡이다. 하정우는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를 과하지 않게 그려내며 현실감을 더했고, 김남길은 주문부터 퇴마 의식까지 어색함 없이 소화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두 사람의 은근한 코미디 합도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서양에서는 자주 공포 소재로 쓰이는 벽장을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활용한 것과 동시에 한국 특유의 가족애와 접목시킨 점도 신선했다. "누구든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한 작품"이라 했던 김남길의 자신감이 납득된다.
5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notglasses@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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