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영화계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다르다.”
배우 배종옥이 6일 오전 서울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새 영화 ‘결백’의 제작보고회에서 여타 영화와의 차별성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던졌다.
3월 5일 개봉하는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제공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배급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이엔티)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에서 살인 용의자로 몰린 엄마 채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딸 정인(신혜선 분)의 무죄 입증 추적극.
집을 떠나 부모를 등지고 살았던 정인이 변호사로 성장해 고향집을 찾는다.
이에 신혜선은 “촬영장에서 배종옥 선배님을 많이 못 만났다. (극중 전개상) 정인이 집을 나가 떨어져 살다가 엄마를 만난다”며 "배종옥 선배님도 분장한 모습을 제게 잘 안 보여 주시더라. 보고 싶었는데…변장한 선배님을 처음 보고 작고 늙은 어머니가 서 있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지금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박상현 감독은 이날 “제가 쓴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고 선택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긴장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호감을 보이시더라. ‘결백’이라는 제목이 저희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감독은 막걸리 농약사건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변호사 정인과 추시장(허준호 분)의 싸움이 영화의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밝힌 박 감독은 “허준호 선배님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나온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허준호가 해주길 바랐다"며 “근데 스케줄 제약이 있었기에 제가 삼고초려를 하며 부탁을 드렸다. 선배도 저희 배우들의 캐스팅 라인업(앙상블)을 보시며 마지막까지 스케줄을 조절해주셔서 만나게 됐다”고 합류한 과정을 전했다.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신혜선은 ‘결백’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작은 역할이라고 해서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분량이 작은 역할을 할 때보다 점점 욕심도 많아지고 저의 부족함도 많이 느낀다. 자아성찰을 하며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종옥 선배님은 처음 뵀을 때부터 언니 같았다. 저도 쿨하게 ‘언니'라고 불러 볼까 싶었는데, 극중 역할이 엄마라서 선배님으로 부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선배님으로 부르게 될 거 같다. 언니라고 부르며 안기고 싶었지만 캐릭터상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신혜선은 “불도저 포크레인 같은 느낌”이라며 “대형 포크레인이 아닌, 날씬하고 예민하게 보이는 포크레인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정인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겉으로는 증거를 모으고 엄마의 무죄를 생각하나 속마음으로는 ‘증거를 떠나 엄마는 무조건 결백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치매 걸린 화자 역의 배종옥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한다. 현실로 왔다가 또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어쩔 때는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제가 간극을 메우는 게 쉽지 않았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면 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찍고 나서 바로 달려가서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계산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지만 신선한 시도라 재미있었다”고 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두꺼운 책인데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막걸리 농약 사건이 있었고 그 보도를 본 즈음에 이 시나리오를 받아서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노인 분장은 물론 치매를 앓는 역할도 불사할 수 있었다는 것.

이에 “작품이 좋아서 선택하는 거지 저는 변신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건 아니다. 제가 할머니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영화 속 화자에게 매력을 느껴서 욕심을 냈다. 작품이 저희 변신의 원천인 거 같다”고 말했다.
태항호는 정인의 동창이자, 양순경 역을 맡았다. 이날 그는 “제가 결혼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영화다. 그동안 제가 영화를 많이 하진 않았는데 결혼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라 아내와 저 역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존경하던 선배님들, TV로만 보던 신혜선과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돼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며 “제가 얼굴만으로도 튀기에, 제 캐릭터만 튀어 보이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많이 자제했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정수를 연기한 신예 홍경도 ‘결백’이 첫 주연 영화. “제작보고회도 오늘이 처음이라 긴장이 된다. 어젯밤에도 자다가 몇 번을 깼다(웃음)”며 “첫 영화인데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셔서 (촬영 당시) 감독님에게 많이 매달렸다(웃음). 감독님에게 (제 연기 영상을 담은)카톡을 촬영 기간 중에 매일 보냈다”고 긴장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신혜선 누나의 팬이었다. 근데 누나는 제 말을 끝까지 안 믿더라(웃음). 집중도가 떨어질 때 상대 배우를 믿고 가면 수월하게 갈 수 있다고 해서 누나를 보면서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연기하는 누나의 눈빛을 보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배종옥 선배님도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중요한 장면에서 직접 모니터 해주시며 조언을 해주셨다. 선배님이 나오는 장면이 아닌데도 제 연기를 잡아주셔서 감사했다”고 했다.

홍경은 그러면서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했다는 자체가 신기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했다”는 스크린 데뷔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를 위해 특수학교를 찾았다는 그는 “준비 기간이 짧아서 걱정이 많이 됐다. 집 주변에 복지원이 있는데 가서 학부모님, 선생님들을 보며 (캐릭터에 참고 하며)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배종옥은 “저는 후배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자신들은 (연기를)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엔 신선한 느낌이 좋다. 그 안에서 제가 많이 배운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결백’의 장점은 여성 중심의 서사라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그녀의 딸이 변호사로서 무죄를 입증한다”며 “그간 보통의 추적극들이 남성 중심이었다. 근데 ‘결백’은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치매를 앓는 늙은 여자와 변호사가 진실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대상을 반영한 이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내달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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