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박할때 고1"..'지푸라기' 정우성 밝힌 #전도연 #난민문제 #고교자퇴 (종합)[인터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2.06 13: 32

정우성이 신작 '지푸라기'와 상대역 전도연, 과거 10대 시절 고등학교 자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연 배우 정우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지에서 진행된 특별 상영 GV의 전석이 매진되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영화를 관람한 해외 유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잇따른 초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또,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우성은 극 중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을 맡아 열연했다.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애인으로 인해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은 빚과 이자를 덜미로 고리대금업자 두만에게 온갖 협박을 받으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거액의 돈을 발견하는 인물이다. 
앞서 '지푸라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여파 때문에 개봉일을 연기했다. 2월 12일 개봉하기로 했지만, 제작진은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고, 호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직접 마스크를 갖고 온 정우성은 "많은 대중과 공공장소에서 만남이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안정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안정된 일상을 찾길 희망한다.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영화 흥행을 어느 정도 자신한다기 보다는 완성된 영화를 향한 평가와 이해에 대한 만족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달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호전 되길 바랐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선 시나리오를 보고, 전도연 씨가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안에서 연희의 존재감이 좋더라.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 여성 배우가 중심이고 존재감이 큰 영화가 많지 않다. 목마름도 큰 역할을 했다. 어떤 배우로서 욕심보다는 옆에서 태영이라는 역할을 매칭 시켜주면 좋은 밸런스와 볼만한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내가 도움을 줄지 민폐가 될지는 모르겠고, 결과가 나와야 봐야 알 것 같다. 연희의 존재감도 있지만 돈가방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이 밀도가 있다. 흘러 지나가는 게 아니라 밀도가 있으니까, 그 사람의 선택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이다. 그런 구성도 좋았다"고 말했다.
"태영 캐릭터가 원작 소설보다 훨씬 경쾌해졌다"는 질문에 "선입견이 생길까 봐 일부러 소설을 안 봤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허점이 보이더라. 태영이가 갖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부각시키면 어두운 얘기지만 경쾌한 연민의 대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전작 '더 킹', '강철비', '인랑', '증인' 등과 비교해서 180도 달라진 정우성은 특별히 이미지 변신이나 반전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허점 많은 호구 캐릭터에 대해 "이미지 변신이나 반전을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니다"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를 디자인 할때 진지하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태영이 허당이고 허술하고 호구의 모습이지만, 자기 스스로 완벽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본편이 완성되고 '사람들이 어색해하지 않는구나'를 느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고 했다.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지푸라기'가 예비 관객들에게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연인으로 등장해 극의 중심을 이끈다.
"만나는 장면이 적어서 아쉽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정우성은 "도연 씨도 그렇고, 좀 아쉽긴 했다. 긴 호흡을 갖고 만나는 스토리면 '더 재밌게 작업하지 않을까' 그런 얘기를 했다. 이 영화가 갖는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미덕이기도 하다. 관객들에게는 두 배우의 케미에 대한 기대감을 전달할 수 있고, 다음 작품에서는 못 보여준 케미를 기다리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두 번째 작품도 기대케 했다. 
전도연에 대해서는 "여성 배우가 중심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큰 배우로서 자리하기에는 접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의 자리를 지킨다는 건 그만큼 영화를 향한 애정과 책임, 사랑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전도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그걸 확인하며 반가웠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배우가 됐다"며 칭찬했다.
배우를 비롯해 영화 감독 데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설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정우성은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도 활동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는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내 일이라서 하는 것"이라며, "인류가 존속되는 한 끊임없이 함께 고민해야 할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플이나 부정적 댓글 등) 그 댓글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굳이 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떻게 보면 그건 이해의 차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고, 아마 세대가 바뀌어도 안타깝게도 그런 이해의 차이는 계속해서 존재하는 게 인간 사회니까"라고 얘기했다.
정우성은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보호자'를 통해 첫 상업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10일 크랭크인 하는 정우성은 "현장 분위기는 좋지 않을까 싶다.(웃음) 몇 개월 동안 매일 준비하고 있는데, 빨리 촬영에 들어가면 좋겠다. 어떤 로케이션이 들어가면 '이건 잘하는 선택인가? 번복해야 하나?' 매번 고민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도 아직까지는 잘 즐기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우성에게도 영화의 제목처럼 처절하고 절박한 순간이 있었나?"라는 말에 "고 1때 자퇴하고 나왔는데, 어머니가 죄인처럼 교무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다. 그러고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나왔고, 울음이 퍽 터진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 그때부터 몇 년 동안은 '어디가서 잠자리를 해야하나, 어디에 내 몸을 눕혀야 하나' 어슬렁 거리면서 늘 찾아다녔다. 다행히 데뷔하고 난 다음에는 구명선 위에 올라탔고, 늘 감사했다. 물론 어떤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게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항상 감사하게 받아들였다"며 긍정적으로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 관람불가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현재 개봉 날짜를 논의 중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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