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 시즌2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KBS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KBS 2TV '거리의 만찬'은 이슈 현장에 찾아가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19일 첫 번째 시즌을 마쳤다.
'거리의 만찬'은 오는 16일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시즌2 관련 논란은 MC 교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기존 MC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가 하차하고, 배우 신현준과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MC로 발탁된 것.
김용민의 출연 확정 소식은 시청자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한국 YWCA연합회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중 성평등 부문상,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양성 평등 미디어상’ 우수상 등을 받은 '거리의 만찬'을 과거 여성 혐오 발언 등으로 뭇매를 맞았던 김용민이 이끌어나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었다.
급기야 지난 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거리의 만찬 MC 바꾸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틀 만에 12,000명의 동의를 얻으며, 결코 소수의 의견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 가운데 시즌1 MC 양희은까지 6일 오전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특히 "잘렸다"라는 표현은 MC 교체 과정이 원만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해, 더욱이 논란은 커졌다.
이에 KBS는 오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러나 김용민이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며 자진하차 의사를 전하면서, '거리의 만찬' 시즌2는 재정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KBS 측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 씨 또한 자진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저희 제작진도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저희 제작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리의 만찬'에 보내주신 관심과 비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라며, 시즌2 재논의 소식을 전했다.
KBS시청자위원회(위원장 이창현) 측도 같은 날 6일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거리의 만찬'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시청자 청원을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덕재 KBS 제작1본부장은 "'거리의 만찬' 새 시즌 방송 시점을 미루고 후임 진행자를 새로 찾는 등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거리의 만찬'이 지향하는 프로그램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청자위원들은 "김용민 씨의 자진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임윤옥 위원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창현 위원장은 "시청자위원회 특별위원회에서 제작진들이 진행자의 자진사퇴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지만 만시지탄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KBS 제작진은 출연자 선정을 할 때 경각심을 갖고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거리의 만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