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위로의 시간" '너를 만났다' 가장 특별한 추모, VR로 천국을 열다 [어저께TV]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0.02.07 06: 52

가상세계에서 전한 특별한 추모였다. 시청자들 가슴까지 적신, 슬프지만 따뜻했던 치유와 위로를 전했다. 
6일 방송된 MBC 스페셜 특집-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방송최초로 VR 추모를 시도했다.
VR 휴먼다큐멘터리가 시작된 가운데, 사연의 주인공인 故나연양의 母인 장지성씨를 만났다. 기억 속 그리운 이름을 떠올리던 그녀는 "잊어버리는 느낌이 두렵다"면서 "나연이를 기억할 수 있을지, 건망증이 심해져 걱정이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연母 장지성씨는 둘째 딸 건강에 이상이 왔고, 큰 병원을 가보란 말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나연母는 4남매 중 가장 건강한 셋째 나연이 목이 부어 동네 병원을 찾았고 임파선이 부어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나연이처럼 둘째의 상태도 심각할지 긴장했다. 
세 아이를 보낸 후 늦은 오후가 돼서야 나연母는 한 숨을 돌렸다. 여유 속에서 더욱 그리움이 차오른 듯 말 수가 적어졌다. 나연母는 "운전하다가 하늘을 봤는데, 내 눈엔 구름 위에서 잠드는 나연이 모습이 보였다"면서 딸을 그리워했다.
그 사이, 나연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 기술진과 협력해 가상 현실에서 나연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 본연의 그리움에 얼마나 닿을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보고싶은 나연이를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됐다. 
 
제작진은 모션 캡쳐작업을 진행, 모델의 움직임을 통해 나연이의 동작들이 모니터에 구현됐다. 나연이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 그리고 모습들, 표정들까지 모두 담았다. 나연母는 나연이가 좋아했다는 미역국을 준비했다. 나연母는 "사발을 얼굴에 대고 마시던 아이, 그리고 엄지를 그릴 때, 그거 받으려고 열심히 해줬다"고 했고, 추억까지 토대로 장면들을 만들었다. 
남매들 역시 나연이를 그리워했다. 둘째는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면서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며 나연이를 그리워했다. 나연母는 "3년이 지나, 주변에선 그만 놓아주라고 말한다"고 하면서도 아팠던 나연이가 하늘에서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딸들과 함께 기도했다. 나연母는 "간절하게 원하면 꿈에 나온다더니, 아무리 간절해도 꿈에 안 나오더라"며 아이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전했다. 
그리고, VR 촬영 당일이 됐다. 제작진은 막바지까지 장면하나하나 세심하게 작업했다. 나연母는 "좋은 결 경험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에 찼다. 그러면서 "들어오니까 긴장된다"며 잔뜩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방송국에 도착한 나연母는 긴장과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VR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제작진이 어떤 기대를 안고 왔는지 묻자, 나연母는 "어떻게라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VR 촬영에 필요한 장치를 모두 준비한 뒤, 드디어 나연이를 만날 수 있는 가상세계로 들어왔다. 빛나는 원형 버튼을 감싸자, 마치 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공간으로 이동됐다. 
나연母는 하얀 나비를 따라 주변 시선을 살폈다. 하얀 나비는 한 곳을 지정해 살포시 앉았고, 나연母도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나연이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엄마"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VR 세계이 있는 나연이 달려왔다.
그토록 그리웠던 딸이 눈 앞에 나타나자 나연母는 "엄마 나연이 많이 보고 싶었어, 안아보고 싶었어"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母는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가상세계에 있는 나연을 만지려 애썼고, 모두의 눈가에도 눈시울을 붉게 했다. 
가상 속에 있던 나연은 母가 제일 해주고 싶어했던 생일파티를 열었다. 생일상에는 나연이가 퇴원하면 먹고싶어했던 떡들도 준비됐다. 나연이는 母에게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母는 "안 울게, 더 많이 사랑할게"라면서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나연이를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할 일들이 있어,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라고 말하며 그리웠던 딸과 다시 긴 작별을 고했다. 
VR을 마친 뒤, 한참 동안 나연母는 아무말도 잇지 못 했다.  母는 "나연이와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얼핏보이는 모습들이 나연이가 보여 느낌이 비슷하더라"면서 "시간이 계속 멈춰있어서 가슴 아프지만 좋았다, 잊지 않고 싶었다, 영원히 환생을 믿지 않지만 또 모른다"며 다시 나연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무엇보다 방송 최초로 시도한 VR 추모인 만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따뜻한 치유와 위로를 건넸으며, 새롭게 발견한 또 다른 VR의 세계의 발전을 기대하게 했다.  /ssu0818@osen.co.kr
[사진] '너를 만났다'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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