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김무열, 연기→♥︎까지..에누리 없는 정직한 배우(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2.07 13: 34

 “배우의 소명은 작품을 통해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믹 장르에 도전한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말한 배우 김무열(39)이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한 여자를 향한 애정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온 비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명하다. 열심히 일해서 ‘소배우'가 아닌 우직해서 ‘소배우’라고 불러주고 싶다. 물론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지만.

김무열은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 제공배급 NEW, 제작 수필름・홍필름)의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열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침 10시부터 기자들을 만난 김무열은 “원래는 술을 좋아했었는데 안 마신 지 3년 가까이 됐다. (정직한 후보 팀)이 제게 불만을 드러냈다. '왜 술을 안 먹느냐?'는 거다(웃음). 물론 강요한 건 아니다”라며 “저는 항상 맨정신으로 있다. 그들이 술에 취하시면 각각 캐릭터별로 제게 ‘왜 술은 안 먹냐’고 다양하게 물어보신다. 원래 술을 좋아했었지만 끊은 지 3년 됐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잘 놀 수 있다. 몸 생각을 하다가 끊게 됐다”고 말했다.
살이 잘 찐다는 그는 운동을 생활화 하며 다이어트에 매진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매일 해서 (이렇게 유지하고 있다)”라며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웃음). 제가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진지한 얼굴이 돋보였던 김무열은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의 보좌관 박희철을 연기했다. 라미란을 필두로 윤경호가 타고난 코믹 DNA를 발휘하며 현장에서 고군분투 했다고.
이에 김무열은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서 어떤 작품을 할 때는 감독님, 배우들과 친해지지 못 하고 그냥 끝난 적도 있었다. 저보다 후배에게 존댓말을 쓰며 결국 친해지지 못 하고 헤어지기도 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장유정 감독님과 (뮤지컬계에서)작품을 같이 하진 않았지만 거기도 워낙 판이 좁으니 언젠간 작업을 같이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서로 호감도 있었고”라고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주상숙 역의 라미란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마치 알고 지낸 누나처럼 즐겁게 지냈다. 제가 가끔은 함부로 대했던 적도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경호에 대해서도 “형님이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서운데 사려 깊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저와 개그 코드도 잘 맞고 같이 있으면 되게 즐겁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송종학, 조한철 선배님 모두 전작에서 같이 했던 분들이라서 현장은 편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액션, 범죄 장르에 특화됐던 김무열이 판타지 코미디에 출연했다는 게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이날 ‘차갑고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했는데 박희철 캐릭터를 통해 새로워졌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오더(연기 주문)가 내려왔다(웃음). 코미디라는 장르는 뮤지컬을 하면서 익숙했다. 뮤지컬이 코믹의 기반이 되는 거 같다”며 “장유정 감독님의 ‘김종욱 찾기’를 하면서, 배우로서 연기를 하다 보면 글쓴이의 의도가 파악되는데,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 저는 제가 코미디를 했다는 것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고민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라미란에게 공을 돌리며 “선배가 도움을 줬다.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라미란 누나가 먼저 캐스팅이 된 상태였다. 후배로서 이 선배가 이걸 어떻게 연기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안 봐도 뻔한 그림이 나올 거 같아서 진짜로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우선시 되다 보니 코미디 도전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코미디 뽀시래기’라는 말에 “긍정적인 표현이라면 감사하다. 배우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의무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번 작품에서 한 게 없다. 그냥 날로 주워 먹었다(웃음). 마치 신선한 회를 먹은 느낌”이라며 “워낙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안 풀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현장에서 격렬하게 의견이 오고 갔지만, 코미디라는 게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웃겨야 하는 거니까, 결국엔 스트레스가 없이 즐거웠다”고 했다.
김무열은 ‘박희철이 인간적으로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어떻게 분석하셨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상숙과 박희철이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제가 전사(前史)를 챙겨놔야 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둘이 만났다가 점차 관계가 확대되는데, 저는 박희철의 부모님이 보험으로 인해 치료를 못 받고 돌아가신 것으로 상상했다. 주상숙이라는 사람이 박희철이 힘든 순간에 늘 옆에 있어줬다. 고마운 마음에 그녀를 따랐던 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선 두 사람의 사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없을 뿐더러, 제가 박희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연기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저도 모르게 (짠한 모습을)무의식적으로 녹여냈다"고 대답했다.
그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코미디지만, 제가 사실성을 갖고 현실적인 느낌을 살려야겠다 싶었다. 극이 흘러 갈수록 위기, 전사(前史)를 생각했다”며 “라미란, 윤경호 배우의 공이 크다. 그들에 따라 제가 소신을 갖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좌관이라는 직업은 사고를 수습하고 말리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았어야 했다. 현장에서 의견 충돌이 있긴 했다. 몇 가지 버전으로 나눠서 찍기도 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싸하면 그럴 땐 스태프의 의견을 들었다. 현장에서 A버전, B버전으로 찍었고 나중에 봐 가면서 선택했다. 감독님이 대부분 승리했지만. 추가 요소가 생긴다면 스태프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협조를 잘 해주셨다. 얼굴 붉힐 일이 없었다.“
'정직한 후보를 하기 전과 후 가장 바뀐 부분이 있느냐’는 말에 “코미디 장르에 친근함이 생긴 거 같다. 앞으로 영역을 확장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외적으로 좋은 분들을 만났다는 것도 좋다. 감독님부터 동료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 코미디다 보니 연기할 때도 즐거웠다. 즐거운 모습을 추억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버지가 보좌관을 오래 하셨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현직에 계셨을 땐 국회 안에 들어갔었다”며 “영화를 하면서 공간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버지가 많이 바쁘셨다”고 떠올렸다.
‘정직한 후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대로 이달 12일 개봉한다. “개봉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안전하게 상황이 마무리 됐으면 한다. 현장에서 고군분투 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확진 판정을 받아서 격리된 분들이나 증상이 있는 분들이 빨리 완쾌 판정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아내 윤승아도 영화를 봤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무열은 “언론시사회를 한 날 저녁에 가족 시사를 했다. 그날 와서 봤다”며 “아내도 라미란 누나를 좋아한다. 나오면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며 “촬영을 하고 집에 가면 제가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는 스타일인데 이번 영화는 항상 즐거워서 좋은 얘기 밖에 할 게 없었다”고 말하며 사랑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무열은 ‘사랑꾼 이미지’라는 말에 “저희가 같은 직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 얘기를 한다”고 밝히며 부끄럽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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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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