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로 몸은 바쁘지만 행복한 건 분명했다. 코미디언 안소미가 '인간극장'에서 워킹맘 개그 탄생기를 밝혔다.
10일 오전 방송된 KBS 1TV 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는 안소미 가족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안소미와 남편 김우혁 씨는 15개월 된 딸 로아 양을 키우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3년 차 부부의 일상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아내 안소미가 일하고 남편 김우혁 씨가 살림과 육아를 도맡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 안소미는 아기띠에 딸 로아를 업고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무대에 올랐다. 만삭 때까지 일을 했고 로아 출산 후 100일도 안 돼 일을 시작했던 안소미. 그는 "빨리 일은 하고 싶고 맡길 데는 없어서 데리고 출근했다"고 비화를 밝혔다.
그는 "첫날은 자랑삼아 데려갔다. '저 아기 났어요’라고. 다들 좋아해주셔서 다음 날도 데리고 가고. '오늘은 남편이 아파요’라고 했다"며 "그러다가 제작진한테 '저 솔직히 일하고 싶은데 아기 때문에 못한다'고 했더니 '아기 데리고 출근한 것처럼 데리고 무대 올라가면 어떠냐’고 해주셨다. '그러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무대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대신 살림과 육아는 남편이 맡았다.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후 남편 김우혁 씨는 다니던 제철소를 그만뒀다. 일하고 싶어 하는 아내와 갓난아기,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단다. 연애 1년 즈음에 로아를 가진 두 사람은 결혼을 서둘렀고 그해 로아가 태어났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당장 아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고 농사짓는 부모님을 올라와달라고 할 수 없어 어떻게든 둘이 키워보기로 했다는 것.
김우혁 씨는 돈은 남자가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로아가 태어나면서 달라졌다. 그는 아내에게 아침을 차려주며 "음식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흉내만 낸다. 가끔 실패할 때가 있다. 그래도 아내가 맛있다고 하면서 먹어주니까 고맙다"며 깨소금 내가 진동하는 신혼을 뽐냈다.
19세에 최연소로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던 안소미는 올해로 경력 11년 차가 됐다. 10분도 안 되는 무대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수없이 연습을 했다.
그 시간, 로아는 집에서 엄마 화장대를 살피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초보 아빠도 처음엔 엄마만 찾는 딸 때문에 완전 애를 먹었다고. 김우혁 씨는 "혼자 보는 시간이 10시간이었다면 9시간은 업거나 안고 있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소미만 나갔다고 하면 애가 너무 불안해 하더라. 제가 아기를 갓난아기 때부터 돌봤는데도 저를 못 따라 주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엄마를 찾는 아기를 둘러업고 방송국으로 달려가기도 여러 번, 이제는 엄마 없는 시간도 아빠와 잘 지냈다.

'개콘'에서 안소미의 무대는 말 그대로 워킹맘 생활 개그였다. 안소미가 무대 준비를 할 때면 선후배들이 돌아가면서 로아를 돌봐줬다. 오나미는 "아기가 너무 예쁘고 진짜 순해서 갓난아기 때부터 모든 사람들이 '로아 좀 데려와’라고 했다. 소미가 우리가 신경 쓸까 봐 너무 걱정했는데 저희는 너무 예쁘니까 친조카 같아서 데려오라고 했다. 집에 뒀으면 소미가 신경 썼을 것 같다"고 했다. 안소미는 "언니들한테 미안하다. 분장해주시는데 옆에 로아가 누워있으니까"라며 멋쩍어했다. 그동안 남편 김우혁 씨는 로아를 데리고 방송국을 배회했다. 로아는 여러 개그우먼들과 인사하며 울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딸을 업고 무대 오른 엄마는 '개그콘서트' 21년 역사상 안소미가 처음이다. 엄마를 닮아 무대체질인 건지 울지도 않는다고. 안소미는 "무대 끝나고 내려왔는데 로아가 계속 (무대로) 가라고 한다. 저는 이게 너무 답답하다. 많은 분들이 제가 아기를 끌고 방송하려는 줄 안다. 아기를 왜 데려와서 광고 찍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게 아니다. 내려놓으면 운다. 아빠가 안고 있어도 이러니까 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같이 출근하고 무대 하니까 애가 너무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남편과 로아, 주위의 도움 속에 무사히 녹화를 마친 안소미를 위해 집에서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1월 1일 생일인 안소미를 위해 매니저 부부와 남편이 깜짝 파티를 준비한 것. 남편은 꽃다발과 선물은 물론 손편지까지 읽어주며 안소미를 감동케 했다. 안소미는 "지면 안 돼"라면서도 끝내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