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이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역사도 새로 썼다.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깨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까지 총 4개 트로피를 차지했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 ’1917’(감독 샘 멘데스), ‘결혼 이야기’(감독 노아 바움백), ‘아이리시맨’(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조조 래빗’(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 ‘작은 아씨들’(감독 그레타 거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작품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지난해 5월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바로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작품상을 거머쥔 것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이다.
한국영화는 지난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의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최종 후보로 오른 것도, 수상한 것도 올해가 처음.
다만 앞서 멜로영화 ‘마티’(감독 델버트 맨)가 1955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의 연속 수상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무대에 4번이나 오르면서 오스카를 휩쓴 것. 자막의 장벽을 극복하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국제 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일도 처음이다.
봉 감독은 함께 수상 후보로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샘 멘데스 등 거장 감독들에게 존경심을 드러낸 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상징인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상까지 품에 안으면서 봉준호 감독이 세계 영화 역사에 남을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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