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김용훈 감독 "'살인의추억' 시나리오 필사, 봉준호 감독 천재 같다" [인터뷰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2.12 11: 48

김용훈 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공부를 했다며, 그와의 인연도 공개했다.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최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지에서 진행된 특별 상영 GV의 전석이 매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를 접한 해외 유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잇따른 초청 문의가 쇄도했고,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됐다.
단편 '삭제하시겠습니까?'(2015), 다큐멘터리 '남미로 간 세 친구'(2013)를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영화 '반가운 살인자'(2010), '거룩한 계보'(2006) 연출부 출신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지푸라기'를 통해 첫 상업영화에 데뷔한다. 그간 작품들에서 공간과 미술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과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며 인정을 받았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난 김용훈 감독은 "정말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영광이었다"며 "감독님도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오셨더라"고 밝혔다. '기생충'은 이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김용훈 감독은 "('지푸라기'의 심사위원상은) 봉준호 감독님의 기운을 받은 것 같다.(웃음) 그때 감독님이 영화제에 온 몇몇 한국 감독들을 초대해서 점심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밥을 먹었다. 그 기운을 잘 받았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제2의 봉준호'가 필요하다며,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으로 김용훈 감독,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벌새' 김보라 감독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지인이 영상을 보내줘서 봤는데, 사실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사실 어떤 감독이든 '리틀 봉준호'로 불리면 관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다. 나도 해외 영화제 수상은 아귀가 맞아서 기사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큰 부담이자 무게감"이라고 답했다.
또한, 김용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 교본이 '살인의 추억'과 '마더'였다. 이 시나리오로 필사를 썼는데, 옮겨 쓰면서 '감독님으로 훌륭하지만 작가로서도 탑'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쓰지?' 싶더라. 감독님이 쓰는 지문, 단어 등을 몸에 체득하려고 계속 썼다. 내 시나리오를 쓸 때도 계속 보는데, '진짜 천재다'라고 느낀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기생충' 4관왕에 대해서도 "울컥하더라. 상상도 못했다"며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처럼 작품상과 감독상은 오스카의 특성상 '1917'이 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각본상, 감독상을 타면서 혹시나 했다. 정말 대박이었다. 나 뿐만아니라 영화계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기회가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테르담에서도 느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오롯이 한국 스태프, 배우들이 만든 작품에 세계가 금메달을 준 셈이다. 프라이드가 생긴 것 같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더욱 높아질 거고,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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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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