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누구보다 치열하다. 배우 이훈과 김보성이 '내기맨'에서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12일 밤 방송된 SBS플러스 새 예능 프로그램 '내기맨'에서는 이훈과 김보성의 내기들이 그려졌다.
'내기맨'은 출연자들이 서울 일대를 돌며 상상치도 못한 각종 내기를 하는 예능이다. 이를 위해 이훈과 김보성이 뭉쳐 각기 다른 주제에 맞춰 다양한 내기들을 진행한다. 두 사람은 중년 남성답게 '아재쓰'로 묶여 사소하지만 치열한 내기를 이어간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훈과 김보성이 한국인들의 흔한 내기 장소 '당구장'에서 포문을 열었다. '짜장면 내기'의 성지인 당구장 답게 두 사람은 전 스태프들까지 먹을 수 있는 짜장면 40그릇을 걸고 내기를 진행했다. 이훈은 "나 어려운 거 뻔히 알면서"라며 당황했으나 '내기맨' 기획 의도에 맞춰 쿨하게 승부에 임했다.
공개된 두 사람의 종목은 당구 큐로 초크 쌓기. 큐를 거대한 젓가락 삼아 온몸을 사용해 초크를 집어 탑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이었다. 이에 김보성과 이훈 모두 온몸의 신경을 옆구리에 낀 거대한 당구 큐에 쏟았다.
승기가 김보성 쪽으로 기운 상황. 이훈은 거듭 초크를 놓쳤고 결국 쌓았던 초크들까지 쓰러트리며 6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를 본 김보성은 '의리'의 강한 남자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촐싹거리며 춤추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절치부심한 이훈은 이어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각오를 다잡았다. 오렌지족의 성지였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이훈은 몸풀기 내기로 등장한 오렌지 알맹이 개수 세기부터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에 김보성에게 패배를 안기며 레몬 통째로 씹기 벌칙을 선사했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만남의 광장 노릇을 하던 한 패스트푸드점 브랜드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 이훈은 한 패션 매장 앞에, 김보성은 그의 바로 옆인 공실 건물 앞에 섰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서있는 장소가 '만남의 광장'이라고 우기고 있던 상황. 승리의 여신은 이번엔 김보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가운데 예나 지금이나 '만남의 광장' 명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내기맨' 촬영 중인 이훈과 김보성의 뒤로 시민들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끊임없이 지나간 것. 김보성은 "의리"를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고, 시민들의 반응에 "어르신들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훈은 발끈하며 "김보성이 좋으시냐, 이훈이 좋으시냐"고 즉석에서 질문했다. 시민들은 망설임 없이 "이훈"이라고 외치며 포옹해 웃음을 자아냈다.
추억의 자판기 찾기에서도 김보성의 승기가 이어졌다. 이훈이 빠른 속력을 앞세워 곳곳의 커피 자판기 흔적을 찾아다니는 동안, 김보성이 먼저 정확한 추억 속 커피 자판기 앞에 도착한 것이다. 이에 이훈은 김보성에게 자신이 과거 시도했던 구레나룻 잡아당기기 벌칙을 당해야만 했다. 기보성은 지나날의 부끄러움을 씻어내듯 이훈의 귀를 잡고 운전대처럼 끌어당겨 웃음을 더했다.

방송 말미에는 이훈과 김보성이 국내 남성 왁서 1호가 있는 왁싱 숍에서 내기를 진행했다. 다리털에서 시작해 겨드랑이 급기야 최종 내기로 브라질리언 왁싱을 건 두 사람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주제로 다양한 퀴즈를 진행했다. 이에 마지막 문제인 한국의 4강전 상대를 묻는 질문이 등장하자 김보성이 빠르게 정답을 맞혔다.
결국 이훈이 내기에서 지며 브라질리언 왁싱을 소화하는 듯 처절한 절규를 들려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연예인으로서 행보를 보여주기까지, 이훈과 김보성의 차진 호흡이 '내기맨'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호평을 유도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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