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기분이 묘하다"라며, "꿈만 같고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박소담, 제작사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해 아카데미 시상식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먼저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 “제작발표회한 지가 1년이 되어간다고 한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다가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 참 기분이 묘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앞서 지난 9일 열린 제9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을 기록했다.

봉준호 감독은 화제가 됐던 시상식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유세윤 씨 참 천재적인 것 같다. 존경한다. 문세윤 씨도. 최고의 엔터테이너다”라고 웃으며, 특히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후 언급했던 마틴 스코세지 감독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지 감독님이 편지를 보내왔다. 몇 시간 전에 편지를 읽었다.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나한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니까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실례인 것 같다. 마지막에 그동안 수고했고 이제 쉬라고, 대신 조금만 쉬라고 했다. 나도 그렇고 창작자들이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감사하고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과 오랜 기간 오스카 캠페인에 참가한 배우 송강호는 아카데미 작품상 호명의 순간에 대해서 “나는 사실 화면을 잘 보면 바로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계속 내 얼굴이 나온다. 잘 보면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칸영화제 때 내가 너무 과도하게 하는 바람에 감독님 갈비뼈 실금이 갔다고”라며, “이번에는 얼굴 위주로, 어덜 때는 뺨을 때리고 뒷목을 잡기도 했다. 갈비뼈만 피해가는, 굉장히 자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자제했다”라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또 이선균도 “일단 너무 벅참을 느꼈다. 살면서 이런 벅참을 느껴본다는 것을 느끼는 게 좋았다. 벅차게 눈물이 날 수 있겠구나. 우리가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 상을 받고 나니까 아카데미가 어떤 큰 선을 넘은 것 같다. 편견 없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선균은 “아직도 꿈만 같다. 꿈 같은 일을 현실화 시켜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그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한국에서 응원하고 축하해준 모든 분들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조여정도 “무대에 서 있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표정 재미있게 만든 영상이 돌아다니는 것도 봤다. 우리만 한국 사람이고 타지에서 무대에 전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서 영화의 힘은 대단하구나 느꼈다. 이게 영화라는 한 가지 언어라는 것이 체감되더라. 감독님이 영화를 만드신 게 언어나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얼마나 인간적으로 잘 접근하셨으면 다 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굉장히 자랑스럽게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정은 역시 송강호 다음으로 봉준호 감독과 오랜 기간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로, 현지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이정은은 “나는 사실 있을 때는 잘 모르고 아카데미 캠페인이라는 것에 어떻게든 좋은 작품이라고 늘 생각해 왔고 배우로서 큰 기쁨이고 그래서 내가 일조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해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갔다. 놀랐던 것은 두 분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열심히 쫓아다녔다”라고 현지에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정은은 “사실은 배우들도 생각했겠지만 칸에 여러 편의 영화들이 나왔을 때 약간 과거에 대한 회상이라던가, 현시대를 짚는 영화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동시대적인 문제를 굉장히 재미있고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선과 악이 없는데 가해자가 되고, 피해를 입히는 것이 인간 군상과 흡사하기 때문에 놀란다”라고 ‘기생충’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더 인기가 있는 것은 아카데미 캠페인이 경쟁 같은 구도 같아 보이지만 캠페인을 하면서 사실 동지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유머를 잃지 않은 모습이 묻어나기 때문에 인기가 있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고, 봉준호 감독님과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지난해 8월부터 오늘까지 영광된 시간을 같이 보낸 것 같다. 좋은 성과, 한국 영화 ‘기생충’을 통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와서 너무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도 “일단 성원해주고 응원해주고 축하 보내줘서 너무 감사드린다. 처음 가서 무려 작품상까지 받아오게 됐다. 한 개인이라기보다는 이 작품에 참여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들에게 영광과 기쁨이 되는 상이라 그것으로 마무리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명훈도 “성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진짜 너무 기쁜 마음이 크다. 이 영광을 감독님과 전 배우, 스태프들,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박소담은 “기정이란 인물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었다. 좋은 분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난 것이 너무나 큰 힘이 되는 작품이었다. 너무 떨리고 감사한 시간”이라고 소감을 전하며 성원해준 관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또 장혜진은 “이렇게 결과가 좋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크게될 줄 모르고 시작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할 걸. 중간에 개인 사정상 일정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선배님과 감독님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듣고 미안하고 고마웠다. 두 분이 있어서 오늘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쓴 한진원 작가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 각본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매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그 답을 알면 좋겠는데”라며, “내 생각에는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각자 10명 캐릭터 모두 각자만의 드라마와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각자만의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야기를 따라갈 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디테일을 쫓아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동의를 얻고 즐거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 등 해외에서의 뜨거운 호응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봉 감독은 “이정은 배우님도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였다. ‘오리지널 하우스키퍼가 늦은 밤에 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면서. SAG 입장할 때 시상식장 들어가는 과정이 길고 복잡한데 톰행크스 부부를 만났는데, 아주 반가워하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또 “LA 길을 가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는데 20분 정도 영화 이야기를 했고, 10여분을 조여정 배우에 대해서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연기와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앙상블 어워즈에서 입증했듯이 전체 배우들에 대한 미국 배우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아카데미 투표에 있어서도 배우 협회 배우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작품상을 받은 것의 일등 공신이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들과 지지해준 미국 배우들이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현지에서의 뜨거웠던 호응을 전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 영화상,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까지 한국 영화사 최초의 기록을 써왔다. 2월 19일 기준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 해외 시상식 수상 155개, 총 174개의 수상을 기록 중이다.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20년 동안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목도한 것이 배우들이 상 받았을 때 아니었나 싶다. 그게 신기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도 처음 보는구나’ 그런 추억이 있다”라며 ‘기생충’의 캠페인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기생충’은 오는 26일 흑백판 개봉을 앞두고 있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