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그의 뮤즈이자 연인 김민희의 신작 '도망친 여자'가 공개됐다. 이번 '홍상수 월드'에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인 '도망친 여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개막한 제 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가운데 25일 시사회를 통해 전세계 처음으로 공개됐다.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진행됐고, 상영과 함께 포토콜 행사와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렸다.
오랜시간 해외 영화제에서 사랑받은 홍상수 감독이기에 전세계 외신과 시네필들의 시선이 쏠렸다. 영화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가 공개된 후 외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보냈다.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에 대해 "정적이고 냉소적인 여성의 시각"이라며 홍상수 감독의 장난기 넘치는 전 영화들과는 확연히 차별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여성들간의 상호작용'에 집중했다. 활기 넘치고 진솔한 홍상수식 관계들.

스크린 인터내셔널도 같은 맥락에서 "'도망친 여자'는 관계의 역학과 성 역할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드러냈다"라고 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도망친 여자'에 대해 "흥미롭고 재미있다"라며 생각과 말에 대한 진정한 명상을 그려낸 홍상수 감독의 연출력을 극찬했다. 각본, 연출은 물론 편집, 음악까지 모두 담당한 홍상수 감독의 재능과 능력이 빛을 발한다는 설명.
그런가하면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를 찾아보게 된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보면 굉장히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홍상수 감독의 그 독특한 감각과 감성에 대해서도 전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등 인상 깊은 제목들로도 눈길을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 이번 '도망친 여자' 역시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예비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영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은 제목의 '도망친 여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사실은 그게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 결정할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멈췄다"라고 대답했다.
답을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는 그는 "그럼에도 생각하자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여자들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친다. 또는 불만족 등으로부터 도망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주제를 영화에 담지 않는다"라며 "목적을 두고 뭔가를 향해 다가가기보다는 열린 가운데서 내게 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인다. 만약 내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것을 영화로 표현한다면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님이 써주시는 대본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재밌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쓰신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한다"라며 "감독님께서 의도에서 너무 벗어날 때는 잘 잡아주신다. 배우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의 반응이 있다. 거기에 집중해서 상황을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일고 변화가 생긴다. 현장에서 상황을 숙지하고 감정에 집중한다"라고 홍상수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과 작업한 이후, '홍상수 감독만의 뮤즈'가 돼 일부에서는 그리움의 존재가 된 김민희. 영화 속 새롭게 변신한 단발펌 헤어스타일의 스틸만으로도 기대감을 샘솟게 한 김민희의 여배우 아우라는 여전하다. 그리고 또 여전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포착된 두 사람의 커플링과 서로 맞잡은 손 역시 굳건했다.
한편 이번 작품은 홍상수 감독이 이혼 청구 소송이 '기각'된 후 선보이는 첫 영화다. 제목이 절묘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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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영화 스틸, 포스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