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신작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인의 위상을 떨쳤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도 새로운 기록들을 세운터라 연이어 해외영화제서 전해진 낭보에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록해 온 국민이 축하를 보내던 ‘기생충’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도 눈에 띈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각)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신작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2017년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3년만의 쾌거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의 일상을 그렸다. 홍상수 감독의 연인이자 뮤즈인 배우 김민희가 주연으로 열연했고,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한다.

홍상수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며 “함께 해준 모든 스태프와 영화제 관계자들에 감사를 전하며”, “허락한다면 (내 작품의)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민희와 서영화가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도망친 여자’는 영화제서 첫 공개된 이후 해외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수상 소식은 분명 국내 영화계에도 의미 있는 일이다. 홍상수 감독은 유럽에서 사랑하는 한국영화 감독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물론, 특히 영화 ‘밤과 낮’,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까지 네 번째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수상에 이어 홍상수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 영화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의 수상에 마냥 축하만 쏟아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해외영화제에서는 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김민희와의 ‘불륜’ 꼬리표를 떼기 힘들기 때문. 많은 대중이 작품보다는 윤리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3년 만에 동반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작품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이 나눠 낀 커플링과 레드카펫 행사에서 등 뒤로 꼭 맞잡고 있던 손, 그리고 수상 당시 애틋한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주목받았다. 결국 홍상수 감독이 어떤 작품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는지보다는 이들의 사생활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작품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결국 불륜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상, 혹은 떼더라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작품 활동이 마냥 응원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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