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이 과거를 떠올리며 팬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2일 오후 방송된 MBC ‘배철수 잼’에선 양준일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양준일은 데뷔 초창기에 대해 “당시에는 선후배 기수 문화가 대단하지 않았나. 인사를 해도 선배들은 대화하느라 바빠서 본체 만체 해서 힘들었다. 그런데 노사연 누나가 저를 반겨줬다. 누나의 날개 밑에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 선배들 중에서는 고(故) 신해철 선배가 챙겨줬다. 방송국 들어오면 인사 깍듯이 하라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준일은 배철수, 이현이와 함께 과거 발표했던 자신의 2집 앨범을 되돌아봤다. 특히 양준일은 이선희의 ‘J에게’를 리메이크해 눈길을 끌었다.
양준일은 “당시 이선희 선배님을 좋아했다. 그때 이선희 선배님이 1등이었다. 내가 ‘J에게’ 노래를 제일 좋아해서 리메이크했다. 댄스리듬이 섞였다”라고 밝혔다.
양준일 표 ‘J에게’는 산뜻한 전주가 돋보였다. 이어 양준일은 박준원이 새롭게 편곡한 버전의 ‘J에게’를 불렀다. 양준일은 로맨틱한 영어 랩 가사까지 넣어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또한 양준일은 철이와 미애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뚜벅이 사랑’이 양준일이 작곡한 곡. 배철수는 “양준일이 할만한 활동은 다했었다”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양준일은 갑자기 한국 가요계를 떠나게 됐다. 앙준일은 “비자문제가 있었다. 부모님 사업도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양준일은 “자이(JIY) 컬렉션으로 브랜드 사업을 했었다. 옷을 한정판으로 팔었다. 근데 그게 장점이 됐다. 그래서 매장이 1개에서 4개가 됐다. 하지만 IMF가 오면서 망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양준일은 다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양준일은 “투자자들을 만났으나, 투자자들이 방송국들에 물어봤다. 방송국에서 ‘양준일은 절대 안된다’라고 막았다”라며 “나를 숨기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몸도 키우고 V2로 나왔다. 케이블 프로그램 등에 나갔지만 소문이 돌고 소속사 문제 등이 생겨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양준일은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했으나 아내의 임신으로 학생들이 떠나게 됐다. 아이를 같이 둘 수 없다는 문제였다. 결국 양준일은 “미국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시는 못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준일은 아내와의 애틋한 사랑도 드러냈다. 양준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인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채팅을 해서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준일은 “만나기 직전 지하철역에서 망설였다. 아내가 당시 휴대폰이 있었으면 못나갔을 것이라 말했을 것이다. 올라가서 보는 순간 한눈에 반했다. 사진보다 나았다”고 고백했다.
또 양준일은 “당시 V2 몸이어서, 아내가 내가 가수인 줄 몰랐다. 채팅할 때도 몰랐다. 아내에게 내가 과거 가수를 했다고 말하니 내가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더라”고. 털어놨다.

양준일은 “아내는 내가 노래하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최근 JTBC ‘슈가맨3’에 출연하며 처음 봤다. 내 번호를 달라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양준일은 미국에서 서빙 등을 하며 가장으로 버텼다. 그는 힘들 때마다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들으며 달랬다. 양준일은 “가사를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뭘해야 당신이 날 안떠납니까라는 가사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준일은 다시 ‘슈가맨3’로 기회가 찾아왔다. 양준일은 “믿기지 않았다. 왜 나를 찾지 싶더라. 비행기에서 나오는데 카메라가 날 기다리고 있더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양준일의 신드롬은 팬미팅을 비롯해 에세이까지 이어졌다. 양준일은 “내 자신이 사람들한테 희망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꾸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꺼져가는 내게 물을 주는 느낌이다. 다시 내가 살아가는 느낌이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양준일에겐 거품 같은 인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양준일은 “전혀 두려움이 없다. 나는 당장 서빙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기에 신경을 안쓰기 때문에 무대를 박살낼 수 있다. 내가 박살 나든지 무대가 박살 나든지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배철수는 “고맙다. 우리가 또 양준일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양준일이 이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니 다행이다”라고 응원했다. 양준일은 “나도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획사를 들어가야 롱런한다더라. 난 롱런을 하고 싶지 않다. 팬들이 원하는 동안만 활동을 하고 싶다. 물론 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나중에 내 인기가 끝나 조용히 살아도 좋다”고 털어놨다.

양준일은 음악에 대해선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슬플 때는 슬픔을 나눌 수 있고 기쁠 때는 기쁘게 해준다. 그게 음악이다”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다. SNS가 발달하면서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부르고 싶은 음악은 그 외로움을 치유하거나, 외로움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다. 진심을 나누고 싶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배철수는 “내가 TV활동을 오래했지만 TV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양준일은 정말 똑같네. 내가 PD한테도 말했다. TV로 보는 것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만나보니까 좋다. 똑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양준일은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애절하게 부르며 마무리했다./misskim321@osen.co.kr
[사진] 배철수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