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성미(62)가 털어놓기 쉽지 않은 가정사를 고백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하지만 아픈 가정사도 유머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개그계 대모다운 내공이 빛났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이성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성미는 “변변한 미역국을 받아본 게 최근”이라며 배우 김수미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일인 그녀는 친엄마는 물론 새어머니들로부터 생일상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것.
“가족이 없었다”는 이성미는 생후 3개월 차에 달랑 아버지의 손에 맡겨 자랐다고 했다. 친엄마가 두 사람을 놓고 집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연락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며 “어릴 때는 사무치게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 자식을 낳고 나니 ‘어떻게 이런 나를 놓고 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크는 걸 우리 엄마는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립다가, 밉다가, 원망을 했다”고 가슴 한 구석에 낳아준 엄마를 묻었다고 했다. 이제는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이성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친엄마에 대해)물어봤는데 ‘알려고 하지 말라’고만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쟤가 엄마가 없으니까 저렇게 크나?’라는 말을 듣지 않게 엄마를 자주 바꿔주셨다. 엄마가 넷이다”라고 밝혔다.
새엄마들에 대해 “그냥 싫었다. 잘해줘도 싫고. 잘해주면 ‘오버하지 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새어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사시다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두 번째 새어머니와 결혼한 후 3년 살고 이별했다”고 밝혔다.
이성미는 성년이 된 27세에 세 번째 새어머니를 만났다. “저를 키워준 엄마와 세 번째 새어머니와 닮았다”고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세 번째 새어머니는 살아 계신다”고 말했다.
“엄마가 언제 제일 보고 싶었느냐”는 김수미의 물음에 “아기를 낳았을 때 제일 보고 싶었다”며 “(지인들의)엄마가 산후조리를 해주는 모습을 보고서다. 친구들이 모여서 엄마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런 기억이 1도 없더라. ‘엄마가 해주면 어떻게 다를까?’ 싶었다. 엄마가 내 아이를 봤으면 어땠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를 내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말에 “이젠 안 만나고 싶다. 혼란스러울 거 같다. 어느 날 (친)엄마가 나타나면 내가 그 엄마를 품을 수 있을까, 싶다. 그리워했던 마음이 미움으로 다가갈 거 같다”고 밝혔다.
이성미는 “외동딸이었던 게 싫어서 저는 아이 10명을 낳고 싶었다”면서 현재 슬하에 1남 2녀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제 호흡 같았다. 기둥이었고 전부였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허무함과 허전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편이 못 채워주는 40년의 세월이 있었다. 내가 앞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나 싶어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미는 “당시 너무 막막했다. 방송국에서 라디오를 할 때도 (오프닝)인사를 하면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었다”고 했다. 이성미는 세 아이들과 7년간 캐나다 생활을 한 뒤 한국에 있는 남편을 위해 다시 귀국했다.
개그계 대모인 이성미는 이날 후배들에 대한 걱정도 토로했다. “개그맨 후배들의 일자리가 없는 게 가슴이 아프다. 그게 너무 속상하다”며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웃기는 애들(개그맨들)은 웃길 데가 없어서 대리운전하고 있다”고 현 예능계에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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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