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사람이 좋다' 이동국, 그라운드 위 30년 축구인생ing [종합]
OSEN 이승훈 기자
발행 2020.03.17 21: 40

 '사람이 좋다' 이동국이 전설로 남을 자신의 축구 인생을 곱씹었다.
17일 오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서는 이동국을 향해 "누가 그 기록을 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전설이자 K리그의 역사다"라고 말하는 황선홍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이동국은 "사람들이 '은퇴는 언제 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죽을 날짜를 아느냐'라는 질문과 비슷한 것 같다. 벌써 죽을 날짜를 정해놓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앞으로 계속될 축구 인생을 예고했다. 

전북FC 간판스타로 현역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동국은 이른 아침부터 전라북도 완주군을 찾았다. 특히 그는 "버스에서 자리가 있어도 안 앉고 뒷꿈치를 들고 서 있었던 적도 있다. 세 정거장 남겨놓고는 다리가 떨리는데 도착하고 난 다음에 내리면서 딱 닿는 순간 '나 자신하고 싸워서 이겼다'라는 성취감이 너무 좋다"며 본인만의 체력 관리법을 고백했다. 
축구감독 황선홍 또한 "이동국은 굉장히 강렬한 슈팅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움직임 같은 거를 잘한다고 보면 이동국의 슈팅력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역대급이거나 세계적인 정도인 것 같다"며 엄지를 시켜세웠다. 
'사람이 좋다' 이동국은 활발하게 활동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그는 "'자고 나니까 스타가 됐다'라는 말처럼 갑자기 삶이 바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루에 많으면 700-800통의 팬레터가 왔다. 너무 신기했다. 당시에는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몇 살 까지 뛸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이 많아졌다는 이동국은 "은퇴를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그런 갈림길에 서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다른 팀하고 협상이라든지 이런 거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전북이라는 팀하고의 대화를 통해서 합의점을 찾게 됐었다"며 전북FC와 재계약을 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동국은 축구선수 후배인 이용, 박원재, 김보경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고깃집을 찾았다. 이용은 이동국의 새로운 별명을 언급했다. 그는 "동국이 형이 잘 먹고 잘 잔다. 지금 별명이 '베이비'다. 잠을 한 번 주무시면 10시간, 12시간씩은 주무셔서 '베이비'라고 부른다. 음식도 잘 드시고 잠도 잘 주무시는게 회복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며 이동국의 생활 패턴을 부러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이 올라오는 것 같다"며 오전 훈련을 마친 이동국은 "막바지로 가니까 환자들 막 나오겠다"라며 회복실을 방문했다. 마사지를 받던 이동국은 "이 자리는 제 자리라고 보면 된다"면서 "스타트 할 때 왼쪽 무릎이 아프다. 고쳐서 쓰기에는 늦었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사람이 좋다' 이동국은 슬럼프를 겪었던 2002년 월드컵을 떠올렸다. 그는 "축구를 하게 되면서 반전이 된 계기는 2002년 월드컵 전후라고 생각한다"면서 "히딩크 감독님이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정말 미웠고 현실을 부정했고 내가 없는 2002년 월드컵은 소용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혼자 외면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창피하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당시 이동국은 새벽에 일어나서 노트북으로 (생각) 정리를 해보기도 했다고. "사람이 생각지도 않게 눈물이 흐른다는 걸 느꼈다"며 운을 뗀 이동국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적으면서, 2006년 월드컵에는 내 자리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아내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괜히 뒤에 보면서 '보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 조용하게 정리하며 눈물을 닦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얘기를 하면 그때의 순간들이 자꾸 생각나서 일부러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006년 월드컵은 이동국이 좌절했던 순간인걸까. 이동국은 "좌절했던 순간이라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뀐 나를 발견한 순간이다. 만약 저 다리로 월드컵을 뛰었다면 십자인대라는 부상이 6개월이면 복귀하는건데 '1년짜리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더라. 매사에 최악의 불행한 상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버린 거다"라며 2006년 월드컵 당시 부상을 당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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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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