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죽지 않아"..'사람이 좋다' 이동국, '한 방 있는 선수' 향한 전설의 시작 [종합]
OSEN 이승훈 기자
발행 2020.03.18 07: 52

 '사람이 좋다' 이동국이 20대 축구 선수와 겨뤄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체력을 자랑했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서는 2002, 2006년 월드컵과 한 차례 슬럼프를 겪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30년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동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사람이 좋다' 이동국은 최근 '은퇴는 언제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고백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이동국 외에는 없기 때문. 이동국은 1979년생으로 올해 나이 41살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정확하고 단호했다. 그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축구 인생을 바라봤다. 이동국은 "'은퇴는 언제 할 거냐'라는 질문과 '죽을 날짜를 아느냐'라는 말은 비슷한 것 같다"면서 "벌써 죽을 날짜를 정해놓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황선홍 축구 감독 역시 "누가 그 기록을 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전설이자 K리그의 역사다. 굉장히 강렬한 슈팅을 가지고 있다. 이동국의 슈팅력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역대급이거나 세계적인 정도인 것 같다"며 이동국의 축구 인생을 응원했다.
현재 전북FC 간판스타로 선수 생활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동국은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전지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탄탄한 몸매와 건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평소 습관을 손꼽았다. 버스를 탔을 때 자리가 있어도 일부러 앉지 않는다고.
이동국은 "의자에 앉지 않고 뒷꿈치를 들고 서 있는다. 세 정거장 남겨놓고는 다리가 떨리는데, 도착하고 난 다음에 내리면서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나 자신하고 싸워서 이겼다'라는 성취감이 너무 좋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자고 나니까 스타가 됐다'라는 말처럼 갑자기 삶이 바껴서 당황스러웠다. 하루에 많으면 700-800통의 팬레터가 왔다. 너무 신기했다. 당시에는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으로 살았던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20대를 추억했다. 
"축구를 하게 되면서 반전이 된 계기는 2002년 월드컵 전후라고 생각한다"는 이동국은 히딩크 감독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님이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정말 미웠고 현실을 부정했고 내가 없는 2002년 월드컵은 소용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혼자 외면하기도 했었다"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창피하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라고 고백했다. 
이후 이동국은 어느날 새벽에 일어나서 노트북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별 거 아닐 수 있는 행동이지만, 이동국은 당시 생각지도 않게 눈물을 흘렸다고.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적으면서 '2006년 월드컵에는 내 자리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아내 몰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면서 눈물을 닦았던 기억이 난다"고 추억했다. 
그렇다면 이동국이 바라고 생각하는 축구선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항상 우리 축구를 보면 마지막 추가시간에 차 막힌다고 먼저 나가고 그러는 팬분들이 많다"면서 "'그런데 이동국이 들어가면 마지막 휘슬 소리가 들릴 때까지 뭔가 기대되는 선수야. 저 선수. (기회가) 오면 한 방 찬스를 놓치지 않는 그런 선수고 뭔가 한 방이 있는 선수니까 나는 끝날 때까지 못 나가겠어'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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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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