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캠' 30주년, DJ 배철수→게스트 임진모까지 곳곳이 역사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3.19 15: 27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한 걸음마다 역사가 된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을 꼬박 청취자의 곁에서 가족처럼 존재한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이야기다.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 측은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DJ 배철수, 코너 게스트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를 비롯해 '배캠'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를 연출하는 조성현 PD가 참석했다. 이들은 또 다른 '배캠' 식구 배순탁 작가의 진행에 맞춰 온라인 생중계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캠'은 1990년 3월 19일 시작한 MBC 저녁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오늘(19일)로 딱 30주년을 맞았다. 첫 방송 이후 매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청취자들 곁에서 또 다른 '가족'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기록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배철수는 "디스크자키 배철수"라고 담담하게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30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고,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니까 쑥스럽다. 저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행복하게 지냈는데 그게 30년이 됐다고 큰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재미있게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다. 고맙다"고 감회를 밝혔다.

[사진=MBC 제공]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제작진이 특별 기자간담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왼쪽부터) 배순탁 작가, DJ 배철수, 게스트 음악평론가 임진모,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조상현 PD.

임진모는 "1995년에 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들어와서 3년 반을 하다가 1년 반 정도 쉬고 2000년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항상 생각하는 게 '참 오래했다' 대신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제가 복이 많아서 오래 출연했다’고 생각한다. 재능도 없고 인품도 좋지 않은데 제가 이 정도까지 한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중간 공백기를 묻는 배철수에게 "PD가 잘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경옥 작가는 30년 동안 매일같이 원고를 쓰며 '배캠'을 지킨 인물이다. 그는 "저도 30년이 빨리 지난 것 같다. 별로 한 일이 없는데 30년이 온 게 꿈만 같다. 입지가 훌륭해서, 제가 잘한 것보다 좋은 자리 옆에 입지를 잡아서 30년이 너무 쉽고 즐겁게 지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배캠'을 연출 중인 김빛나 PD는 "운이 좋아서 지난해 3월에 배정받아서 30주년 함께 하고 있다. 전에는 30명 정도 선배 분들 계신 것 같다. 앞으로도 청취자 분들이 좋아하실 수 있게 오늘 행사 마무리 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 '배캠'은 30주년이라는 역사를 빛내기 위해 영국 공영방송 BBC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방송을 진행하는 '라이브 앳 더 BBC(Live at the BBC)'를 진행하는가 하면, 30주년 당일인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전인 오후 5시 30분부터 보는 라디오와 유튜브 생중계로 '배캠' 현장을 공개하는 이른 바 '인투 더 뮤직캠프(Into the MUSIC CAMP)'를 선보인다. 
또한 배철수는 '배캠'의 산 증인인 만큼 그의 발자취를 되짚는 첫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로 시청자를 만난다. 오는 26일과 4월 2일 2회에 걸쳐 방송되는 '더 디제이'의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배캠' 듣고 딱 30년 됐다. 나름 '성덕’이 된 PD이고 30년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사진=MBC 제공] '배캠' DJ 배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는 등 전 세계가 시름에 빠진 상황. 배철수는 "다들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실 텐데 이 와중에 '배캠' 30주년 잔치를 하게 돼서 기쁘면서도 송구하다. 다들 힘드신 분들 힘내시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꽃 2송이를 들어보이며 "30년 동안 정말 큰 도움을 받은 김경옥 작가, 작가들을 대표해서 드린다"고 했고, "매일 투덜거리지만 프로그램에서 매일 저와 티격태격하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임진모 씨에게"라며 꽃을 선물했다. 
특히 배철수는 "라디오라는 게 청취자 분들이 들어주시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는 이 프로그램이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최근에는 늘 그렇게 얘기한다. 저는 별 거 아니고, 임진모도 별 거 아니다. 청취자 분들이 최고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분들께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라이브 앳 더 BBC' 소감에 대해 "첫째, 좋았다. 두 번째, 약간 색다른 느낌이었다. 매일 내가 생방송하는 스튜디오가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방송하는 게 색달랐다. 엔지니어도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친구가 있어서 색달랐다. 그 다음에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방송을 하다가 BBC까지 와서 방송할 수 있을만큼 이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 이 프로그램과 30년 해왔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촬영 당시 런던에 거주 중인 '배캠' 청취자들이 스튜디오를 찾기도 했던 터. 배철수는 "생방송 끝나고 나오다가 너무 기뻤다"며 감격을 표하기도 했다. 
[사진=MBC 제공] '배캠' 제작진이 포즈를 취했다. 임진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배순탁 작가.
과거 '배캠' 20주년과 25주년 간담회에서도 배철수가 "너무 오래한 것 같다"고 말했던 터. 배철수는 "기억난다. '너무 오래한 게 맞다’고 20년부터 생각했다. 20년 때는 20년만 하고 그만 두려 했고, 25년 때도 25년만 하고 그만두려 했다. 그런데 30년이 되다 보니 내 의지로 그만 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청취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임진모는 "어떤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더 큰 영예는 장수한다는 건데 30년 한다는 게 객관적으로 보면 '장기집권’이다. 그게 권력이고, 어떻게 보면 신진대사가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저는 사실 15년부터 그만두라고 했다. 그런데 말이 점점 달라지더라. '청취자가 원해서 한다', '레전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그런 게 어우러지려면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배철수의 승리지만 동시에 MBC의 승리다. 솔직히 청취율 나쁠 때 있고, 라디오 지금 누가 듣나. 그런 상태에서 폐지해도 되는데 MBC가 하나는 가져가고 싶은 거다. 그게 '배캠’인 거다. 이건 MBC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배철수는 "100% 동의한다. MBC라디오에서 따져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저한테 큰 기회를 준 거다. 프로그램이 '배캠’이긴 하지만 제가 너무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도 있다.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저는 '배캠’을 거쳐간 많은 PD들에게도 감사하다. 저한테 재량권을 많이 주고 저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최근 김빛나 PD까지 거쳐간 PD들이 3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사진=MBC 제공] '배캠' DJ 배철수가 포즈를 취했다.
이 가운데 '배캠'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유기체처럼 존재하기도 했다. 김빛나 PD는 "어제 한 청취자가 문자를 주셨는데 '배캠’을 '내게 야자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됐다’고 해주셨다. 그런 프로그램 같다. 6시라는 시간대는 항상 존재하는데 그 시간에 라디오를 이탈하는 게 아니라 야자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임진모는 팝 시장에서 '배캠’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보면 팝은 우리나라에서 가요랑 한 배를 탄 느낌이 있다. 팝은 영원히 우리 가요가 질적 성장을 발전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배캠’도 비례해 역할을 했다. 팝 시장에서 '배캠’의 역할은 막강하다. 팝을 여전히 듣는 사람은 '배캠’과 어떻게든 접점이 있을 거다"라고 단언했다. 
더욱이 김경옥 작가는 매일같이 '배캠' 원고를 써오고 있는 터. 그는 원고에 대해 "매일 생각을 하면서 사니까 그때그때 이슈가 더해지고, 안 더해지고 한다. 저녁 6시 방송이라 너무 다행인 건, 아침부터 긴 시간을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를 힘줘서 쓰지 않다 보니 남들 보다 쉽게 쓴다. 설렁설렁, 즐겁게 살아온 것 같다. 특별히 달라졌다는 건 지나고 보면 달라졌는데 그날 닥쳐서 쓰니까 모르겠다. 예전보다 공격성은 나이가 들어서 덜해졌을 것 같다"고 했다. 임진모는 "아직도 종이로 한다"고 거들었다. 김경옥 작가는 "그게 좋다. 이건 원고량이 많지 않아서 쓰면서 정리도 된다. 제가 MBC 라디오 작가 중에서 제일 좋을 거다"라고 밝혔다. 
[사진=MBC 제공] '배캠' 제작진이 30주년을 기념하며 포즈를 취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배캠’은 어떨까. 배철수는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배철수는 "우선 방송 프로그램은 라디오는 늘 그렇듯 6개월 마다 개편한다. 개편하면 6개월 더 시간이 주어졌다고 6개월 단위로 끊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5년이나 10년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이번에 개편하면 가을이나 겨울까지 열심히 하고 또 6개월 넘어가면 또 6개월 할 거다"라고 재치있게 평했다. 
나아가 조성현 PD는 "영광이었다. 30년이라는 데 제가 라디오 팀도 아닌데 같이 들어가서 30년을 나눠서 좋았다"고, 김빛나 PD는 "지금 다같이 힘든 때다. '오늘 하루 힘들었는데 편안하게 집에 오는 길에 들으니 좋다’는 문자가 제일 많이 온다. 이 시기를 버티는데 도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달라"고 했다. 김경옥 작가는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끝내는 날까지 지금처럼 잘 하겠다"고, 임진모는 "'배캠' 30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배철수는 "제가 '배캠'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임진모 그만두게 한 뒤에 6개월 더하고 끝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떤 뒤 "늘 몇년 동안 방송에서 너무 많이 얘기 드려서 청취자 여러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배캠’이 대단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음악 한 곡 듣고 제가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한번 피식 웃을 수 있다면 우리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그거로 충분하다고 늘 얘기했다. 앞으로도 큰 욕심 내지 않고 청취자 여러분하고 좋은 음악 듣고 가끔 한번씩 피식 웃는 프로그램 되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배캠'은 매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30주년인 오늘은 오후 5시 30분부터 보는 라디오를 통해 스튜디오 현장을 공개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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