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지윤은 '연기 잘 하는 배우'가 꿈인 연기자였다. '40살'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달리던 그가 하지만 걸음을 멈췄다. 꿈을 못 다 펼치고 하늘의 별이 된 그를 향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지윤이 지난 18일 오후 8시 56분께 급성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36세. 고인은 최근 인후염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으나 끝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은 "코로나19 감염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고인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이후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에 유가족은 물론이고 소속사 관계자, 지인들 모두 큰 슬픔에 빠진 상태다. 배우 하재숙, 이기우, 이상엽 , 오지은, 김동완, 그리고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 등이 그를 추모했다. 배우 재희는 직접 장례식장을 찾았다.

함께 일한 많은 동료 선후배들의 애도에서도 알 수 있듯, 고인은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망 2주전쯤에는 육아에 한창인 배우 신지수를 만나기 위해 그의 동네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 측근은 "정말 순하고 착하고 열정 많았던 사람"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2016년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치인트) 당시 OSEN은 문지윤을 만났다. 그는 촬영장에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하며 장난도 치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분위기메이커였다. ‘치인트’에 출연하는 캐릭터 중에 이상형을 묻자 "일단 암 유발하는 캐릭터를 빼고 나서도 특별하게 '치인트'에서 이상형은 없다. 그들도 나를 싫어하겠지만, 저도 그들이 싫다. 실제 이상형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매력적이고 말이 통하는 여자가 좋다"라고 유쾌한 답변을 들려준 고인이다.

당시 극 증 '밉상' 상철선배 역을 맡아 열연한 문지윤. 상철선배는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약한 전형적인 '진상' 캐릭터였지만 대학 생활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캐릭터로 공감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치인트'는 달달한 주인공들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답답함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조연 캐릭터들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문지윤은 당시 상철 선배 역을 더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살을 찌웠다. 그는 "'치인트’에 들어가기 전에 몸무게가 90kg 정도 였는데 이윤정 감독님의 권유로 살을 찌웠고 지금은 107kg 정도 된다. 김고은 씨 주위 분들이 배에 솜 넣은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는데 순수하게 살로 이뤄진 제 배다"라고 말하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이른 나이에 일찌감치 데뷔하며 배우가 됐다는 고인.
문지윤은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쾌걸춘향’,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나 좋길래’, ‘일지매’, ‘선덕여왕’, ‘빅’, ‘메이퀸’, ‘치즈인더트랩’, ‘역도요정 김복주’, ‘황금정원’등에서 주‧조연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스크린에서는 ‘돌려차기’, ‘생날선생’, ‘나의 PS파트너’, ‘불한당:나쁜 놈들 전성시대’, ‘치즈인더트랩’ 등에 출연했다.
처음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소위 '겉 멋' 때문이었지만 점점 더 배우라는 길에 확신을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이른 나이에 데뷔하면서 꿈을 이뤘죠. 처음에는 겉멋이었지만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잘생긴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 연기로 대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30살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 30살이 지났는데 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40살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게 꿈이죠".
하늘에서 못다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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