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필력을 보여준 김은희 작가가 이번에도 대중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약 1년 2개월 만에 돌아온 ‘킹덤2’는 국내 팬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으며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2’(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 박인제)가 베일을 벗었다.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다.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 배우들이 출연했다.
‘킹덤2’는 한층 강해진 서사 구조와 빠른 전개로 공개와 동시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6부작이라는 게 아쉽다는 반응으로, 마지막 엔딩에 전지현이 등장하면서 벌써부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뜨거운 인기 속 집필을 맡은 김은희 작가가 ‘킹덤’에 대해 이야기했다. 20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킹덤2’ 인터뷰에서 김은희 작가는 배우들과 캐릭터, 이야기, 시즌3에 대해 언급했다
이하 ‘킹덤2’ 김은희 작가 일문일답
Q. ‘킹덤2’가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함께 같이 거론되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A. ‘왕좌의 게임’과 비견되고 있어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주변 사람 반응이라고 하면 남편 정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아직 여러 사람들의 반응을 받지 못한 상태다.
Q. 시즌제 드라마의 매력과 어려운 점은?
A. 같이 호흡을 맞춘 제작진, 배우들, 캐릭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맛이 있다. 호흡이 좋다. 시즌제 드라마의 단점은 아직 정확하게 체감한 부분은 없다. 시즌제 드라마가 내게 잘 맞는 것 같다. 이런 작업을 더 해봤으면 한다.
Q.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뉴스를 보며 덜컥한 부분이 있나?
A. ‘킹덤’은 2011년부터 기획이 됐다. 경상도 부분은 대한민국 지도로 봤을 때 백두대간으로 자연적인 장벽이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그 지역으로 설정했다. 지금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굳이 ‘킹덤’을 선보여서라기 보다도 최대한 더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됐으면 한다. 작품은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이다. 대사 그대로 봄이 오면 이 악몽이 무사히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Q. 안현대감의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장면 외에도 기대하는 장면이 있었나?
A. 안현대감의 장면은 쓰면서 나 혼자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낀 부분이다. 기대되는 장면이었고, 잘 표현해주셨다. 시즌1에서는 김성훈 감독, 시즌2에서는 박인제 감독과 하면서 똑같은 사람이 쓴 대본을 새로운 해석으로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었다. 기대된 장면은 중전이 옥좌에서 아이를 앉고 있고 환자들이 달려드는 장면이다. 왕이 아니고는 올라갈 수 없는 왕좌가 무너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해외 반응이 뜨겁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을 완성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인지?
A. 나도 좀비물 마니아인데, 이런 좀비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고민하고 구상했다.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생충, 감염과 관련된 책을 좋아한다. 생태적 특징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가져오면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고, 새로운 좀비가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Q. 권력의 전복을 생각한 구성인지?
A. 권력에 대한 전복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 고민했다. 이창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Q. 숱한 좀비물 중 서구권에서 왜 ‘킹덤’ 속 K-좀비에 열광하는 것 같은지?
A. 우선 K-좀비라는 단어에 너무 감사하다. ‘킹덤’ 안 좀비는 슬퍼보였으면 한다. 출발점부터가 왕실의 탐욕이 있지만 그로 인해 어떤 역병에 걸린지도 모르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슬픈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다. 서구권에서는 ‘킹덤’ 전체가 가진 동양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시대적인 분위기와 계급이 사라진 좀비들의 모습이 새로웠던 것 같다.

Q. 전지현이 마지막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매력을 느끼고 캐스팅을 하셨는지?
A. ‘킹덤2’를 하면서 좀 더 커진 세계관과 배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1이 배고픔, 시즌2가 피에 대한 이야기라면 시즌3는 ‘한’이 될 것 같다. 전지현은 여전사 같은 느낌이 좋다. 몸을 예쁘게 쓰는 배우로, 액션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킹덤’도 마찬가지고 ‘지리산’에서도 그럴 것 같다. 실제로 가진 통통 튀는 매력을 두 편에 걸쳐 보일 것 같다.
Q.중요 인물이 죽음을 맞이했는데, 각각의 죽음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A. ‘킹덤2’에서는 원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을 어떻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안현대감의 경우에는 진짜 안현대감 다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며 대본이 3D로 올라오는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같이 일했으면 했는데 죽음을 맞이해서 아쉽다. 조학주는 가장 비참하게 죽었으면 싶었고, 김무영은 가장 충신이었던 역할을 마지막까지 하면서 죽은 것 같다.
Q. 중전과 서비, 두 인물을 통해 그려보이고 싶었던 건?
A.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배두나는 얼굴로 말하는 연기자다. 사극과 어울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배우의 해석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김혜준은 어린 느낌이었으면 했다. 10대 후반의 모습이 비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가진 마스크의 힘이 좋았다. 시즌2에서 ‘포텐’이 터진 것 같다.
서비, 중전의 경우는 뒤로 가면서 힘을 받는 캐릭터다. 한양으로 올라오면서 각자의 목소리를 냈으면 했다. 중전은 신분은 높지만 아들을 낳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고, 의녀는 신분은 낮지만 자신의 역할이 확실히 있다. 두 캐릭터의 대비를 두고 싶었다.

Q. 주지훈과 작업은 어땠는지. 주지훈이 배우로서 가진 강점은?
A. 시즌1을 할 때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시간을 가지고 보니 김성훈 감독이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 영리한 배우다. 얄밉게 연기해서 영리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해석이 훨씬 깊은 경우도 있었다. 장면의 목적만 이해한다면 대사를 다 바꿔도 된다고 했을 정도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주지훈은 시즌1, 시즌2를 관통하는 주인공으로, 정말 영리한 배우다.
Q. 원작 만화 ‘신의 나라’에 대한 궁금증도 많은데, ‘킹덤’과 유사한 게 있는지?
A. ‘신의 나라’는 좀비물, 그것도 사극 좀비라서 드라마, 영화화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때 웹툰을 제안 받았다. 만화만을 위한 원작으로, ‘킹덤’과는 다르다. 세계관이 살짝 비슷한 정도다. 짧은 프롤로그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Q. 새로운 악역이 등장할는지?
A. 시즌1, 시즌2 주요 악역은 사라졌지만 이를 능가하는 악역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배역 중 ‘이런 악역을 할 수 있어?’라고 할 정도로 깜짝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범팔과 서비의 로맨스는 계속 이어지는가?
A. 범팔은 순정남이다. 서비에 대한 감정은 계속 갈 것 같다. 하지만 서비가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큰 일을 남겨두고 있는 서비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사랑에 약해서 고민을 더 해보겠다.
Q. 시즌3에 대한 논의는 되고 있는지.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A.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다. 제반 사항들이 잘 맞아야할 것 같다. 나도 너무 오래 하고 싶었던 시리즈다. ‘킹덤3’도 그렇고, 빠른 시일 내에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