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멜로의 정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풍성한 감성을 불어 넣고 있는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극본 한가람, 연출 한지승, 장지연, 제작 에이스팩토리, 이하 ‘날찾아’). 겨울과 봄 사이에 만난 그 따사로운 감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한지승 감독의 연출과 한가람 작가의 필력, 서정성 한 스푼 추가하는 OST, 마지막으로 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내레이션의 완벽한 삼박자라 할 수 있다.
#. 한지승 감독의 연출 + 한가람 작가의 필력
‘날찾아’의 감성이 깊이를 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한지승 감독과 한가람 작가의 의기투합이다. 이도우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날찾아’는 드라마화가 결정 될 때부터 예비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샀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따스한 시선과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져지는 과정이 영상에 어떻게 녹여질지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단 4회만을 남겨 놓고 있는 지금, ‘날찾아’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명품 서정멜로로 찾아갔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한지승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드라마가 가진 모든 것들을 진실 되게 담아냈다. 그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연출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두드릴 수 있었던 핵심 키였다. 또한 그 속에 녹아 있는 “우리의 삶 속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혹독한 겨울을 봄볕 같은 온기로 버텨낼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는 시리도록 외로운 마음을 다정히도 다독여주고 있다. 한가람 작가의 유려한 필력도 빠질 수 없다. ‘새까만 밤하늘에 쏟아질 듯 출렁거리는 별들’, ‘산새 소리 지저귀는 한산한 오후의 강변. 빼곡한 나무들, 젖은 풀과 느리게 지나가는 구름’ 등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감성적이면서 세밀한 지문은 서정적인 연출에 디테일을 더하며 차곡차곡 감정선을 쌓아올렸다.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짙은 멜로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서정성 한 스푼 추가하는 OST
여기에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OST가 서정성 한 큰 술을 추가하고 있다. 해원이 북현리로 내려오는 겨울만을 애타게 기다렸고, 겨울이 꾸는 꿈처럼 뒤에서만 바라봤던 해원이 자신의 옆으로 와 벅차올랐고, 그럴수록 소중한 것이 없었던 은섭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생겨 괴로웠고, 한 번 잃어 본 적이 있는 행복이 두려워 용기 낼 수 없었던 은섭의 심정과 비어있는 자신의 황량한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주고 있었던 은섭을 향한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가고 있는 해원의 마음을 감미롭고 서정적인 스트링 안에 담아낸 것. 마치 아름다운 풍경처럼 노래 속에서 서서히 펼쳐지는 인물들의 감정은 적막한 겨울에 깊은 감성을 더하고 있다.
#. 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내레이션
‘날찾아’의 적재적소에 배치된 문학작품은 배우들의 짙은 감정선과 표현력이 담긴 낭독을 통해 우리의 귓가에 울린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와 ‘술 한 잔’, 백석의 ‘머루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 등 추운 겨울로 인해 차가워진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한 구절들은 겨울의 끝자락을 걷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용기를 미처 내지 못해 전하지 못한 진심이 내포된 인물들의 독백에는 200%로 농축된 감성의 결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은섭이 따뜻하고 다정한 모든 것들을 불안하게 된 이유와 그 모든 것을 알고 그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준 해원의 짙은 감성의 독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일례다. /kangsj@osen.co.kr
[사진] 에이스팩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