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생명의 은인"..'밥먹다' 하춘화가 떠올린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0.04.14 07: 49

가수 하춘화와 고 이주일의 인연은 아주 특별했다. 전쟁터에서 시작된 인연은 7500회 공연으로까지 이어졌고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했다. 
13일 방송된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에 게스트로 하춘화가 나왔다. 1961년 6살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해 8500회로 한국 가수 최다 공연 보유자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그다. 
중3 때 첫 히트곡 ‘물새 한 마리’를 발표했고 1985년 남북 분단 이래 최초의 평양 공연 무대에도 섰다. 특히 18살 미성년이었지만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설문조사로 뽑혀 원마전 위문 공연에도 참석했다고. 

하춘화는 “당시 군예대 위문단에 무명이었던 이주일이 있었다. 본인이 먼저 귀국하니 가족들에게 대신 안부전화 해주겠다고 했다. 못생긴 사람이 친절하구나 싶더라. 그때 인연이 시작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1977년 리사이틀 하는데 전속 사회자를 모집했다. 공고를 보고 이주일이 찾아왔다. 단장님이 너무 못생겼다고 불합격시켰는데 제가 오디션을 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탈선 춘향전’ 공연을 열심히 하는 이주일을 보고서 하춘화는 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10년간 함께 공연을 돌았다. 하춘화의 8500회 공연 중 7500회는 이주일과 함께였을 정도. 
무엇보다 이주일은 하춘화 생명의 은인이었다. 1977년 11월 11일 지금의 익산역인 당시 이리역 화약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 당시 이리역과 하춘화의 공연장은 500m 거리였기에 폭발사고 직격탄을 맞았다. 
하춘화는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싶더라. 땅속으로 떨어지는 공포가 느껴졌다. 이리시 전체가 암전됐다. 공연장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나 혼자 살아 나가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암흑 속에서 이주일 목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암흑 속에서 그가 ‘나는 많이 다친 것 같아요’ 하더라. 전쟁이 난 것 같으니 빨리 나가자고 했다. 나무 하나가 걸려 있는데 그걸 타고 올라가더라. 담장 위로 가서 뛰어내리라고 했는데 나는 못하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하춘화는 이주일의 머리를 밟고 담을 넘었다. 당시 이주일은 머리 위로 벽돌이 떨어져서 두개골 함몰 부상을 당했는데도 하춘화를 살리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걸로 알려졌다. 
하춘화는 “이주일이 내 생명의 은인이다”라며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주일은 2001년 11월 폐암 말기를 선고 받은 후 금연 운동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이듬해 8월 27일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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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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