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고향집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던 정인(신혜선 분)이 다시 대천으로 내려온다. 법대에 붙어 어엿한 대학생이 되길 꿈꾸며 부모의 지원을 바라지만,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딸의 희생을 강요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정인은 홀로 상경해 독하게 살아남는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똑 부러지는 성격 덕분에 정인은 어느새 잘 나가는 변호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장례식장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용의자로 치매 걸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가 지목됐다는 사실에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영화사 이디오플랜, 제공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인터내셔널프로덕션, 배급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이엔티)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에서 화자가 용의자로 몰리고, 변호사 정인이 추 시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는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다.

‘결백’은 진범이 누구인지 철저하게 숨기고, 관객들이 끝까지 심리 싸움을 하게 만드는 치열한 범죄 영화는 아니다. 과거의 사건을 보여줄 때도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 이해하기 어렵거나 낯설진 않다.
‘결백’에서 범인이 누구냐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엄마와 떨어져 살기 원했던 딸을 괴롭게 살았던 고향 집으로 되돌려 보내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오랜 갈등과 상처를 다시 마주보게 되는 가족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결백’은 ‘빅매치’(감독 최호, 2014)의 프로듀서였던 박상현의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 박상현 감독은 전형적인 소재와 이야기에 새로움을 주는 대신 사연을 가진 모녀의 관계에 집중했다. 다만 소재나 인물면에서 식상하고 특별한 것은 없다. 두 모녀가 진실을 깨닫고 서로의 존재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것.

청소년과 성인을 오가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정인 역의 배우 신혜선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영화가 스크린 첫 주연작인데,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또한 내공 깊은 배우 배종옥과 허준호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사람은 각각 치매 걸린 여자 채화자, 그런 화자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추인회 시장 역을 맡아 결코 쉽지 않은 인물의 상황을 연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연기하는 호흡이 일정한 연기를 보여줬다.
러닝타임 110분. 6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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