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배종옥(57)이 “연기를 할 때 공간이 주는 힘이 크다”라고 말했다.
배종옥은 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촬영장에 미리 가서 내가 촬영해야 할 공간에 앉아 있거나, 그곳에 가서 오래 머물며 익숙해져 있으려고 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간의 힘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그녀는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다. 배우가 대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있고 공간에서도 (감정의) 디테일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연기에 그 공간이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배종옥은 그러면서 “공간이 주는 힘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연극 무대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폭이 훨씬 더 깊다”며 “저도 처음엔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연극이 부담스러웠는데 똑같은 연기를 하지만 매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를 걷고 왔다갔다 할 때 ‘이 감정이었는데 그땐 왜 이걸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런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배종옥은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현장에 가면 제가 어른이다 보니 후배들이 ‘자꾸 앉으라’고 하는데 저는 서서 제 나름의 생각을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연기 노하우에 대해 "드라마 현장을 예로 들면 주말극이나 일일극은 모든 게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캐릭터상) 제 방에 가서 잠도 자고 커피도 마시고 대본을 외운다. 그렇게 하면서 그 공간에서 캐릭터만의 일상을 풀어나간다. (실제)내 집, 내 책상에서 대본을 분석했던 것과 다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발견하는 걸 재미있어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종옥은 “요즘 젊은 후배들은 촬영 직전까지 차에만 앉아 있다가 '촬영을 한다'고 하면 그제야 차에서 나온다. 젊은 후배들이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공간이 주는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라면서 “근데 제가 후배들한테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는다. 그렇게 얘기하면 잔소리처럼 듣기 때문에 안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종옥은 “주변에 물어 보니, 젊은 배우들은 (차에서 먼저 안 나오는걸)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더라. 그래서 그런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했다”라며 “근데 이건 저만의 얘기가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들도 사전 연기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요즘 친구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변한 거 같다. 상황과 캐릭터를 잘 흡수해서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어떤 때는 ‘내가 구시대적인 연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변화시킬 부분은 빨리 바꾸려고 하는 마음이다.”
배종옥이 주연을 맡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영화사 이디오플랜, 제공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인터내셔널프로덕션, 배급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이엔티)은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치매에 걸린 여자 채화자(배종옥 분)가 용의자로 몰리면서 시작한다.
서울에서 살던 변호사 딸 안정인(신혜선 분)이 고향 대천으로 내려와 진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과 대천시장 추인회(허준호 분)와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6월 10일 개봉.
/ purplish@osen.co.kr
[사진] 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