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아쉬워"..'결백' 배종옥의 돌직구 매력에 반했다(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6.05 14: 27

  “개봉을 해서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고, 잘 되든 안 되든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계속 개봉이 미뤄져서 아쉬웠다.”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영화사 이디오플랜, 제공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인터내셔널프로덕션, 배급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이엔티)에 출연한 배우 배종옥(57)의 말이다. 
제목 그대로 용의자로 몰린 사람의 결백을 끝까지 밝혀야 하는 ‘결백’은 범인의 실체와 동기를 마지막에 가서 공개하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끝까지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꽤나 정교하게 두뇌게임을 벌여야 하는 건 아니다. 엄마와 딸의 사연과 감정,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더 가깝다.

지난 2월 개봉을 예정했던 ‘결백’은 국내에 불어닥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을 미뤘으며, 5월에 다시 개봉일을 정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번진 이태원 발 코로나19로 또 한 번 기다림의 순간을 맛보았다.
이에 배종옥은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주디’를 보러 갔었는데 극장에 사람도 없고 시작하기 전까지 극장 내부가 어둡더라”며 “그날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무섭더라. 앞으로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일이 더 많은데, 물론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이젠 방향성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영화도 영화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등)공연 문화도 그렇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985년 데뷔한 배종옥은 주로 똑 부러지고 냉철한 마인드를 사진 ‘신여성’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결백’ 속 그녀의 얼굴은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다.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 있었다. 몇 년 전에 시골 어르신들이 냉장고에 든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뉴스를 통해 접하고 정말 독특한 일이다 싶었는데, 저희 시나리오의 모티프가 된 사건이라고 하더라. 저는 시나리오를 열고 닫을 때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노인 역할이 부담스럽진 않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 배종옥은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노인으로만 나왔다면 화자 역할이 제게 안 왔을 거다. (화자의 젊은 시절로) 갈 때는 또 다른 분장을 했다”며 “화자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과거보다 더 먼 시점까지 다양한 모습을 오가며 연기해서 힘들었다. 대본을 볼 때와 다르더라. 그래서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시면 아실 것’이라고 해서 찍고 바로 모니터를 확인하며 감정선을 체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겠지만 결정할 것들이 많아서 감독의 세계가 힘들고, 현장에선 예민하다. 그래서 저는 감독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들은 자기 안에 빠지기 쉽다. 감독이 전체를 보고 앞뒤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 물론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은 서로 상의를 한다”고 밝혔다.
극의 중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극적인 상황에서 진실을 숨기고, 심리 묘사만으로 극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배우 배종옥이 맡은 인물 채화자는 남편의 장례식장에 온 동네 사람들을 죽인 살해 용의자로 몰린다. 그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서울에서 변호사 딸이 내려오는데, 모녀의 서사가 ‘결백’의 중심축이다. 
“저는 (촬영장에 마련된 캐릭터의) 방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잠도 자고, 대본을 외우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서 그 공간에서 캐릭터의 일상을 풀어나간다. 내 집, 내 책상에서 분석했던 것과 다르다. 연기를 하면서 저는 과정을 즐기고 재미있어한다. 근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촬영 직전까지 차에 앉아 있다가 ‘찍는다’고 하면 그제야 차에서 나온다. 저로선 후배들이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공간이 주는 느낌을 느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아쉬움이 들 뿐이다. 근데 제가 후배들한테 직접적으로 말하면 잔소리처럼 듣기 때문에 안 한다.(웃음)”
배종옥의 전작을 꾸준히 봤던 사람들이라면, 이번엔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유사한 톤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겉모습부터 180도 달라졌다. 배종옥은 치매에 걸린 화자의 기억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마치 다른 사람처럼 여러 감정을 표출해야 했다.
‘결백’에서 화자가 살인자인지 아닌지, 중간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것보다 그녀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는 길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배종옥이 보여줬다.
배종옥은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다. 제가 지금까지 안 한 것들을 기억하고 다시 태어나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며 “사실 천재성이 있는 배우들이 부럽다. 저는 공부하면서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천재성 있는 배우들은 자신에게 맞는 게 오면 빛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땐 그들처럼 고독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크게 빛나는 시간이 없었지만 꾸준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꾸준히 작업을 해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배종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요즘 제가 코미디에 빠져 있어서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슬랩스틱 코미디 말고 재미있는 느낌을 살린 코미디를 하고 싶다.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있는 거 말이다. 근데 요즘엔 시트콤이 없는 게 아쉽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 언젠가 좋은 코미디로 만나뵙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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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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