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사이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 속 성희롱 논란이 연속으로 불거지고 있다. 주의 깊지 못한 스타들의 발언도 비판의 대상이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방송을 내보내는 제작진의 경솔함이 더 큰 문제다.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 미주가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 공개된 영상이지만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고, 제작진과 미주가 직접 사과에 나섰다.
미주는 지난 6월 공개된 웹예능 ‘미주픽츄’에서 서울숲에서 만난 동갑내기 대학생과 인터뷰를 가졌다. 미주는 대화 도중 여자친구가 있다는 남학생에게 “어디까지 갔어? 얼마나 됐어?”라고 물었다. 남학생이 “200일 정도 됐다”라고 답하자 미주는 “끝까지 갔겠네. 무조건이네”라고 말했고, “뽀뽀 밖에 하지 않았다”라는 말에는 “웃지기마. 너 남자 맞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남학생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해당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주픽츄’ 제작진은 8일 “시민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한 장면으로 상처를 받았을 시민 분과 애청해주신 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미주 역시 “당시 출연자 분의 동의를 얻었으나 시청해주시는 많은 팬 분들과 시청자 분들께 정서적 불편함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경솔한 발언을 한 것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언행에 있어서 더욱 주의하고 더 열심히 하는 미주가 되도록하겠다”라고 사과했다.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제작진과 미주가 직접 당사자에게 사과한 상황이지만, 이들의 사과만으로 단순하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미주의 발언과 부적절한 시선 처리에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의 경솔함 역시 큰 문제다. 뒤늦게 시청자들이 지적하고 나서야 문제를 느끼며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미주 뿐만 아니라 최근 여러 스타들이 과거 방송에서의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방송인 김민아는 지난 7월 유튜브 ‘대한민국 정부’의 왓더빽 시즌2’에서 부주의한 언행으로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비난받은 바 있다.
김민아는 지난 5월 게재된 영상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등교를 한 중학생과 화상 대화를 나눴다. 당시 김민아는 해당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을 나이인데 어떻게 푸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해당 중학생이 머쓱한 미소를 짓자 김민아는 “왜 웃는 거냐?”,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라며 웃었다. 또 “집에 혼자 있어서 좋은 점도 있냐?”, “혼자 있을 땐 뭐 하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김민아의 발언이 한창 사춘기로 예민할 중학생에게 민감하게 들릴 수 있음을 지적했고, 중학생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김민아는 “개인적인 영역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들어와 희화화 시키려 한 잘못을 분명 인지하고 있다.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라고 사과했고, 해당 영상이 삭제됐다.
방송인 샘 오취리 역시 성희롱 논란으로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배우 박은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 성희롱성 발언을 담은 댓글에 ‘Preach’라는 답을 남기며 동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또 과거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최여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몸매에 대해 언급한 부분까지 뒤늦게 논란으로 불거지게 됐다.
두 사례 역시 당사자들의 부주의한 발언은 물론 제작진의 편집 방향과 경솔함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웃길 수만 있다면, 무조건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볍게 웃고 넘겨도 된다는 듯한 태도다. 가벼운 성희롱 발언은 농담처럼 웃음의 소재로 써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문제. 결국 김민아도, 미주도 피할 수 있었지만 성희롱 불감증 사회가 만들어낸 논란이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