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기덕 감독, 침묵 속 쓸쓸한 '새드엔딩'(종합)[Oh!쎈 이슈]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0.12.13 09: 51

세계 3대 영화제를 점령했던 거장은 없었다. 고(故) 김기덕 감독의 말로는 외로웠고 씁쓸한 ‘새드엔딩’으로 남게 됐다.
고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거장으로 꼽혔던 고인이지만, 영화계의 추모나 애도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사망에 관해선 영화계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일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발트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 역시 OSEN에 “가족 분과 확인한 결과 외신의 소식이 맞다고 한다. 가족들도 오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28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그물' 언론시사회에 김기덕 감독이 질문에 귀기울이고 있다. /jpnews@osen.co.kr
이날 라트비아 매체 델피는 러시아 아트독페스트 영화제 예술감독인 비탈리 만스키의 말을 인용해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던 김기덕 감독이 현지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고 김기덕 감독은 유족의 뜻에 따라서 현지에서 화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로 먼저 전해진 고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은 영화계에 분명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전양준 집행위원장을 제외한 한국 영화계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거나 추모 메시지를 전하는 등 공식적인 발언은 없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해 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계 주요 단체들은 오히려 고 김기덕 감독의 죽음에 침묵하며 추모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사실 고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감독이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를 알린 감독이다.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로 해외 영화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아왔던 바.
한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작년 초에 설립돼 그동안 예술인 자녀 106명에게 학비를 지원한 장학사업과 예비 영화인재 20명에 대한 창작 지원사업, 한국영화의 미래인 어린이 300여 명에게 영화체험 교육사업을 시행해 왔다. / soul1014@osen.co.kr
그러나 고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7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됐고, 2018년 불거진 ‘미투’ 논란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당시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그와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그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은 ‘PD수첩’에 고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했고, 이후 대중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폭행⋅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PD수첩’의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대중은 김기덕 감독을 비난했고,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외면했다. 국내 영화계 역시 김기덕 감독에 냉정한 분위기였다. 영화적으로 이뤘던 고인의 성과와 별개로 공식적으로 추모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번역가로 유명한 달시 파켓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TV를 통해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2018년 수업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 만약 누군가가 실제 생홀에서 사람들에게 그런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를 기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가 천재든 아니든 상관없다(그리고 나극 그가 천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한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찬사를 받던 김기덕 감독은 연이은 논란들 이후 해외로 나서 활동해왔다. 존경받던 영화계 거장에서 성추문 가해자로 한순간에 무너진 거장의 삶이었다. 
대중과 영화계의 외면 속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게 된 고 김기덕 감독, 참으로 쓸쓸한 '새드엔딩'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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