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미끼로 유혹하는 세상의 먹잇감'…'허쉬' 경수진, 취준생 울렸다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0.12.19 11: 12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할수록 세상의 틀은 더욱 공고해지고, 나 혼자만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배우 경수진의 진심을 다한 내레이션은 취준생에게 위로 그 자체였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허쉬’ 3회에서 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에 짓눌려 끝내 기자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오수연(경수진)은 스펙 사회를 향한 통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방송화면 캡쳐

이 시대 청년들이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꿈이 미끼가 된 가혹한 현실을 꼬집은 수연의 ‘노 게인, 노 페인(No gain, no pain)’ 유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열정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배워왔고 믿어왔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세상의 법칙은 내가 배우고 믿어온 것들과 너무나도 달랐다. ‘노페인 노게인’이라는 말은 이 땅에서 희망 고문이자 환상이다. 실패에 대한 보험도 없이 꿈을 미끼로 유혹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나는 먹잇감에 불과했다”라는 수연의 글은 비슷한 처지의 취준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SNS 조문 운동을 불렀고, 이들의 ‘육개장 사발면 조문 행렬’은 짠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경수진의 묵직하고 울림 있는 대사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 직전의 떨림과 불안, 삶에 대한 고단함과 상처가 고스란히 녹아들었지만 담담하게 읽어내려간 경수진의 내레이션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 음절 한 음절마다 정성스레 캐릭터의 진정성을 담아낸 경수진은 목소리만으로 시청자를 울렸다.
열심히 언론 고시를 준비했고, 연체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물류센터 컨베이어 벨트에서 상자를 날랐으며, 수많은 언론사 인턴을 전전하면서도 정규직의 희망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수연의 치열한 삶은 현실의 취준생 모습과 완벽히 오버랩돼 울림을 더했다.
또한 유서를 작성한 뒤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설정된 졸업식 가족사진을 보고 눈물 흘리는 경수진은 열심히 노력했으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이의 슬픔, 좌절과 맞물려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실패는 오직 성공한 자들이 말하는 실패고, 실패자들이 말하는 실패에 귀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는 삶, 행복해지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으려 도망치는 삶은 죽음이나 다름없고, 꿈은 가혹한 형벌이기에 이제 연명치료 같은 삶을 거부하려 한다.”
부조리한 현실에 던진 일침과 ‘허쉬’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 그 중심에서 눈물 마를 틈을 주지 않은 경수진의 열연은 이 시대 ‘오수연’들에게 공감이 만들어낸 묵직한 위로가 됐다.
JTBC 드라마 ‘허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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