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없어요. 대신 기대감은 있죠."
이시영은 23일 넷플릭스 오리시널 시리즈 '스위트홈'(연출 이응복, 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스튜디오N) 관련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스위트홈'은 인기작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연출한 이응복 PD가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 이와 함께 '스위트홈'은 3천500평에 달하는 대형 세트장에 총 3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시영은 '스위트홈'에 참여한 소감으로 "제안을 주셨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같이 하기로 결정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시영이 실제로 만난 세트장과 각종 장비의 스케일은 대단했다고 한다. 덕분에 배우들은 국가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에도 집중해서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사실은 이렇게 디테일하고 규모가 큰 세트장은 처음이었어요. 다른 배우들도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촬영이 없어도 와서 구경을 많이 다녔어요. 소품 하나하나 다 리얼하고 너무 크니까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죠. 세트장이 완벽했기 때문에 상황에 몰입이 됐어요. 팀에서도 배우들이 재난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경을 써주신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카메라나 영상을 보면서 신기하게 촬영을 했어요."
'스위트홈'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 중 이시영은 기존 작품에 없는 캐릭터인 특전사 출신 소방관 서이경 역을 맡았다. 이시영은 서이경에 대해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서 많이 궁금했다.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인물을 주시지 않았다. 연습도 많이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세계관을 넓힌다는 부분에서 좋게 봐달라. 다음 이야기가 있다면 (서이경의 존재로)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이경은 남편을 잃은 아내이자, 뱃속 아기를 위해 살아야만 하는 엄마였다. 여성성을 탈피하고 주체적인 성향이 짙은 캐릭터였다. 이시영은 그런 서이경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이에 이시영은 "'스위트홈' 속 어린 아이와 어르신과 여성들이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여성성, 남성성을 떠나서 재난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피지컬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강한 힘이 나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시영은 서이경의 강인한 면모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액션 신부터 체지방 8%의 몸매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안 쓴 부분이 없었다.
특히 이시영은 많이 회자가 됐던 거미괴물 액션 신에 대해서 "제가 가장 긴 액션을 찍은 게 이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도 제일 기억에 남고 기대를 했었다. 촬영을 할 때는 저 혼자 외롭게 찍었다.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감독님께서 잘 찍어주셨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시영은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액션 스쿨도 다녔다고. 이시영은 "송강 씨와 이진욱 선배는 저랑 액션이 어느 정도 있었다. 액션 스쿨에서 연습을 많이 했었다. 기본적인 것들을 연습하고 꽤 많은 시간 액션 스쿨에 가서 워밍도 하고 합도 맞췄다. 다른 작품을 할 때와 비슷했지만 그 기간이 한두 달 정도 길었다"고 말했다.
이시영은 소방차를 운전하는 신도 직접 소화했다. 이시영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캐릭터였다. 강함과 어두움이 같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연기했던 것 같다"며 "소방차 운전을 제일 연습을 많이 했다. 소방차 앞에서 바로 촬영을 하고 있어서 급발진이나 급후진을 하면 다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서 긴장이 됐다"고 전했다.
체지방 8%의 몸매를 만든 과정도 언급했다. 이시영은 "같이 운동했던 트레이너가 근육이 제대로 보이려면 체지방을 8~9%까지 빼야 한다고 해서 운동을 했다. 수월하지는 않았다. 촬영이 다가올수록 식단을 많이 신경 썼었다. 저는 벌크업을 해야 했어서 먹는 건 많이 먹었다. 못 먹어서 힘든 건 없었다. 많이 먹는 게 힘들 정도였다. 2주 전부터 안 먹기 시작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몸은 제가 만들었지만 그걸 찍어주신 건 감독님이지 않나. 몸이 잘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다 캐치를 해주셨다. 약간 몸을 만든 입장에서는 잘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잘 찍어주셨다"며 이응복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촬영 대부분을 홀로 진행한 이시영은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촬영을 같이 한 게 거의 없다. 저 혼자만 촬영해서 에피소드가 없는 게 속상하다"고 밝히기도. 이 가운데 이시영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난 배우로 은혁 역의 이도현을 꼽았다.
이시영은 "그나마 제가 '스위트홈'에서 가장 마주쳤던 인물이 도현 씨였다. 도현 씨 연기에 감탄하면서 같이 했었던 것 같다. 실제 성격이랑 너무 다르다. 연기에 성격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도현 씨는 진짜 예의 바르고 섬세하고 친한 친구더라. 어떻게 이렇게 냉정한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몇 번 물어봤었다. 저도 많이 배우면서 작업했다. 실제로는 너무 따뜻한 친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이도현의 복부를 구타하는 신에 대해서는 "도현 씨가 아팠던 건, 저는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했다. 사실 한 번에 잘해서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했고, 다행히 여러 번 안 찍고 잘 끝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에 공개된 '스위트홈'은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과 CG 처리로 호평을 얻었다. 특히 '스위트홈'은 8개국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수작임을 인정받고 있다.
이시영은 '스위트홈'이 공개된 후 인상 깊은 반응을 묻는 말에 "넷플릭스 시리즈를 찍은 게 처음이었다. 190여개 국에 동시 방영된 게 처음이라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다들 반응이 좋다고 해주셔서 좋았던 것 같다. '원작만큼 재미있다' 등의 반응이 기분 좋았다. 특히 CG 얘기가 많아서 좋았다. 너무 멋있더라"고 밝혔다.
'스위트홈'의 결말은 시즌2를 예고하는 듯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이시영은 "시즌2가 가능하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면은 저 역시도 궁금하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다. 뱃속의 아기는 어떻게 될지부터, 같은 마음으로 궁금해하고 있다"며 "'워킹데드'처럼 시즌10까지 얼마나 좋겠나. 당연히 감사하게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영은 믿고 보는 '액션 특화 배우'로 자리잡았다.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배우에게는 원치 않는 수식어일 수도 있다. 이시영은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솔직히 이런 이미지라도 생긴 게 좋다. 예전에는 잠깐 이런 역할도 하고 싶고 저런 역할도 하고 싶고 그랬다. 당연히 배우들은 그런 욕심을 낼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저만의 캐릭터가 생겼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액션을 더 많이 하고 싶다. 나이가 어린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더 잘 준비해서 좋은 액션을 찍고 싶은 게 현재 마음이다. 기회가 와서 감사하다. 또 기회가 온다면 새롭고 발전하는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부담보다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복서, 유튜버로서 매 순간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시영이다. 이시영은 "저도 신기한 것 같다. 도전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복싱도 드라마 때문에 시작을 했다. 등산도 '스위트홈'을 준비하면서 하게 된 거다. 직업 덕분에 여러 가지에 매료됐다"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전혀 없지만 기대감은 있다. 내가 이렇게 지내다가 어떤 계기로 또 어디에 빠지게 된다면, 그 자체를 설레게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이시영은 풍성한 성과를 낸 한해를 마무리하며, "항상 내년에 대한 걱정을 한다. '잘 할 수 있을까'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2020년은 제 걱정과는 달리 여러가지 모습으로 시청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한 한 해였다. 무엇보다 2020년에 의미있었던 일은 '스위트홈'에 참여하게 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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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