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악녀' 이채영, '비밀의 남자' 한유라 vs '펜트하우스' 천서진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02.13 15: 35

배우 이채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악녀’를 떠올린다. ‘사백안’을 부릅뜨고 고함을 치는 모습을 많이 떠올리는 것. 하지만 이채영이 악녀를 연기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뻐꾸기 둥지’, ‘여름아 부탁해’, ‘비밀의 남자’ 정도에서 악녀를 연기했을 뿐이지만 ‘악녀’ 이미지가 선명한 건 그만큼 존재감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채영을 ‘악녀’로만 기억하기엔 아쉽다. ‘천추태후’에서는 카리스마를,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는 허당끼 넘치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등 각 작품의 캐릭터마다 새 옷을 입고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갭 차이가 큰 캐릭터에도 전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연기로 늘 새로움을 선사하는 배우 이채영이다.
이채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지난 12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 종영 소감과 자신이 연기한 한유라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비밀의 남자’는 사고로 일곱 살의 지능을 갖게 된 한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을 마주하며 복수를 위해 질주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채영은 ‘비밀의 남자’에서 가족보다 자신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 가득한 ‘한유라’ 역을 맡아 자신감 넘치면서도 당당한 모습은 물론 여태껏 본 적 없는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 “한유라, 2030세대 상황 어느 정도 보여주는 캐릭터”
이채영은 ‘비밀의 남자’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한유라를 연기하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첫 번째는 ‘빌런’ 한유라에게 공감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채영은 “처음 한유라를 연기할 때 걱정했던 부분과 그 반응이 달라 놀랐다. 이렇게까지 빌런의 행동을 하는데 한유라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채영은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한유라가 나쁜 마음을 먹은 계기는 금수저도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걸 너무 쉽게 빼앗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쁜 마음이 자란 것 같다.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채영은 “그런 의미로 봤을 때, 요즘 2030세대 친구들이 한유라처럼 열심히 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거기에서 공감을 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30세대가 먹지도 않고 아껴가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데도 노력한 만큼 이루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외부 환경과도 맞물렸다. 2030세대 친구들이 바깥으로 솔직하게 표출하는 한유라의 매력을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2030세대, 어린 시청자들이 ‘비밀의 남자’를 보고 이채영에게 SNS로 DM을 보내거나 댓글을 다는 경험도 있었고, 최고 시청률 21.3%(105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인기도 실감했다. 특히 숫자로 나타난 시청률은 KBS1 일일드라마를 오랜만에 앞지른 것으로 알려져 감회가 새로웠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 이채영이 ‘한유라’로 느낀 신기한 경험들
이와 같은 ‘비밀의 남자’ 인기 중심에는 이채영이 연기한 ‘한유라’가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는 “4배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른다”며 역대급 악녀 탄생을 알렸지만, 전작 캐릭터도 악역이었던 만큼 이채영에게 ‘한유라’는 도전이었고, 부담이기도 했다.
이채영은 “입이 방정이다.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를 뛰어넘을거라고 내가 그래서 부담도 있었다. 예전 모습으로 기억해주시면 어쩌나 싶었는데, 주상미보다는 다른 악역으로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채영은 “한유라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건 마음가짐이었다. 빌런을 이해하려고 마음가짐을 준비했다. 촬영하기 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촬영에 들어가면서 대본을 더 열심히 연구했다. 한유라가 하는 대사는 기존 일일극 빌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더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호흡을 계산했다. 너무 많은 빌런이 있었기에 겹쳐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채영은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에서 남았던 아쉬움은 ‘비밀의 남자’ 한유라로 다 풀었다. 하고 싶은대로 연기해 볼 수 있었다. 환경도 주어졌었다. 특히 세트 마지막 장면이 105회 한유라 엔딩이었다. 감독님께서 마지막 장면인 만큼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하셔서 허락을 받고 리허설, 리딩과는 다르게 갔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KBS 제공
이채영은 ‘한유라’에 완벽히 녹아들어 역대급 악녀 ‘한유라’를 만들어냈다. 그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이채영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것도 ‘한유라’였다. 그만큼 한유라는 이채영에게 잊지 못할 캐릭터가 될 전망이다.
이채영은 “빠른 전개, 많은 악행들이 나오면서 감정적으로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 같다. 두 번 정도 쓰러진 게 기억 난다.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몸에 문제가 생겼던 걸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부분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면 굉장히 괴로운 시간이라고 할 텐데, 배우의 입장에서 공부하는 장이라고 생각하니 텐션이 붙어서 드라마 촬영을 마쳤는데도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보며 분석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채영은 “연기가 아니라 놀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비밀의 남자’가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과 다르게 느껴진 지점이다. 연기가 공부였어서 스트레스로 남는 게 아닌, 공부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쌓았으니 다음 작품에서 잘 녹여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 “악녀만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어, 연기 밀도감 높이면 된다”
이렇듯 소중하고 신기한 경험을 안겨준 한유라는 이채영에게 ‘2020 KBS 연기대상’ 일일극 부문 여자 우수상을 선물했다.
이채영은 “악녀를 할 때마다 반응이 너무 좋다. 그렇지만 악녀만 해야 하나 싶은 부담감은 없다. 다음 작품에서 빌런을 한다면 한유라는 기억도 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연기 밀도감을 높이면 할 수 있다. ‘선덕여왕’ 미실을 보면 고현정 선배님은 한유라 같은 악역이 아니다. 한유라는 힘이 들어가는 악역이라 미실처럼 할 수 없었다. 한유라가 망치로 다 깨고 다니는 빌런이었다면, 다음에 하는 악역은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아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는 빌런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채영은 ‘멜로’에 대한 열망도 털어놨다. 그는 “멜로를 너무 해보고 싶다. 내 필모그래피를 보니 절절한 게 없었다. 멜로라면 귀여워도 좋고, 코믹해도 좋다. 이채영이 하는 멜로가 나도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 ‘펜트하우스’ 천서진 vs ‘비밀의 남자’ 한유라
최근 안방은 ‘악녀’가 가득하다. 여러 악녀 중에서도 대표적으로는 SBS ‘펜트하우스’에는 대표적인 ‘악녀’ 천서진(김소연)이 있다. 그렇다면 ‘비밀의 남자’ 한유라와 ‘펜트하우스’ 천서진 중 더 악녀는 누구일까.
이채영은 “천서진은 인간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있어서 나쁜 짓을 했고, 갖고 싶은 어떤 욕망이 있지만 그걸 주지 않아서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으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행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이채영은 “한유라의 모티브가 된 건 사회적 소시오패스다. 자기 이득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의 것을 강제적으로 뺏는 게 아니라 살살 다가가서 뺏어오는 사람이다. 자기 이득에 따라 상황을 보고 사람을 대하는 사람으로 모티브를 삼았다”며 “생존에 가까운 발버둥이었다고 생각한다. 갖고 있는데 더 좋아지고자 악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 ‘이게 없으면 죽는다’, ‘갈 길이 없다’라는 생각에 내던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천서진과 한유라는 나쁜 짓을 저질러야 하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채영 인터뷰 / rumi@osen.co.kr
▲ “비혼주의? NO!”
2021년을 ‘비밀의 남자’와 함께 기분 좋게 시작한 이채영은 2021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어떤 역할이든 2020년보다 더 밀도 있게 연기하는 것”이라며 “다른 작품에서 나를 볼 때 시청자들이 ‘얘가 한유라였대’라는 반응이 나오게끔 하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2020년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2020년의 연기보다 더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밀도 있는 연기와 함께 이채영은 건강도 챙기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 ‘비행소녀’에 출연해 일부 시청자들은 이채영을 ‘비혼주의자’로 알고 있지만 이는 아니었다. 이채영은 “비혼주의는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싶다”며 “그런데 연기는 그때에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느냐. 그게 지나가는 게 아쉽다. 그래서 최대한 마음의 청춘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채영은 다음 작품에서의 역할에 대해 어떤 캐릭터도 “다 드루와”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켜켜이 쌓아올린 경험에 ‘비밀의 남자’는 연기를 공부하는 재미, 자신감까지 더해줬다. 또 악역이 들어와도 밀도 있는 연기로 ‘비밀의 남자’ 한유라가 떠오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이채영. 그의 연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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