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35)은 솔직했다. 이렇게 거침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배우였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그녀가 경험하고 겪어갈 일에 대해서 감사할 줄도 알았다. 솔직해서 유독 더 유쾌했던 박하선과의 인터뷰였다.
박하선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 개봉 인터뷰를 진행했다. SBS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일정을 막 끝내고 도착한 박하선은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사는 배우답게 인터뷰에서도 성실하고 유쾌했다. 특유의 바지런한 성격이 잘 드러났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1천 원씩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극 중 박하선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돼 학대아동을 돕는 오순 역을 맡았다. 박하선은 이번 작품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날 먼저 박하선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고백’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 “사실 2018년도에 촬영해서 출산 후 복귀작이었다. 결혼과 출산으로 2년 정도 쉬다가 영화를 하니까 너무 파이팅 넘치고 좋을 때 찍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립영화 포맷으로 시작했고 개봉이 미뤄지고 코로나 이슈도 있고 밀리다가 개봉하게 됐다. 그 시기도 너무 죄송할 정도로 정인이 사건도 있고 그래서 개봉하게 됐는데, 너무 미안할 정도다. 기쁘지만은 않다. 정말 매일 학대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 속상하다”라고 전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018년 촬영한 ‘고백’은 박하선의 출산 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영화 개봉 문제로 이제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지만, 당시 결혼과 출산 등으로 4년 동안 경력이 단절됐던 박하선에겐 절실한 작품이었다.
박하선은 ‘고백’ 출연에 대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이런 작품을 망설였던 이유는 너무 직접적인 표현 장면이 있으면 힘들 것 같더라. 아이가 나오는데 너무 폭력적으로 그려지면 관객으로서 힘들다. ‘도가니’나 ‘미쓰백’처럼 사회적 이슈를 담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 작품은 직접적인 작품이나 표현이 없다”라며,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 학대 기사를 보고 나면 클릭도 못한다. 정인이 사건은 큰 이슈고 그래서 자세히 보고 그랬다. 사실 그런 기사를 보면 되게 무기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내 가 할 수 없어서 오는 답답함이 있다. 이런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내가 그 답답함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백’이 개봉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마냥 좋은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연일 이어지는 아동학대 보도에 대해 다시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박하선이었다.
박하선은 “내가 이런 무거운 마음이 든다, 개봉해서 좋긴 하지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하며 관심을 받고 환기시키는데 좋은 거 아니냐해서 감사했다. 그러긴엔 너무 매일 터져서 또 무기력해지더라. 우리 영화가 ‘미쓰백’이나 ‘도가니’처럼 잘 돼서 뭔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가진 메시지나 울림이 나에겐 컸다. 나보다는 영화의 좋은 점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에 오기 힘들다면 요즘에는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고백’ 개봉과 함께 박하선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를 통해 동시대 여성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와 라디오까지 어느 때보다 ‘열일’ 중이다.
박하선은 연기 복귀 후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를 통한 활발한 활동에 대해서 “사실 예전에는 고마운 줄 모르고 연기했던 것 같았다. 늘 일이 있었고, 나는 그냥 어려서 잘되는 거였는데 그냥 내가 한 것인 줄 알았다. 열애설 나고 2년 쉬고,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총 4년을 쉬게 됐다. 그러면서 고픔이 커졌다”라며, “내가 감사한 줄 모르고 했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는 게 컸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하고 오니까 육아보다 어려운 건 없더라. 일이 되게 재미있고 힐링되는 거다. 엄마들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박하선은 긴 공백기를 겪으면서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고. 지난 2017년 결혼한 배우 류수영과의 열애 보도 후 2년,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2년 동안 연기 활동을 하지 못해 자존감까지 낮아졌었다는 박하선이다.
박하선은 “드라마 ‘혼술남녀’ 그즈음에서 일이 재미있었는데 결혼, 출산을 하면서 끊겼고, 2년 만에 복귀하면서 신나게 일하게 됐다. 자리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라며, “내 자의로 쉴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할 것 같다.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선택받지 못해 쉬게 됐을 때 자존감도 되게 낮아진다. 배우는 연기할 때 아니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하선은 결혼과 출산 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작품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서 “나에게 올 수 있는 선택지에서 최고의 것을 고른 거다. 사실 많이 좁아졌다. 경력단절이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나도 있더라. 극복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최고의 것을 잘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박하선은 “‘산후조리원’ 보자마자 너무 재미 있었다. 안 해본 캐릭터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들어오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미팅에서도 세게 했다. ‘며느라기’는 실제로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 동기들이 추천해줘서 보게 됐다. 고부 갈등, 가족 갈등을 다뤘는데 너무 깔끔한 작품이었다. 어느 날 기사가 떠서 고민하다가 회사에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박하선은 “(결혼 후)보는 눈도 달라진 것 같다. 미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못 봤을 것 같다. 일련의 경험을 하고 나니까 정말 리얼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재미있으면 겪은, 겪을 사람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나도 처녀 때 엄마 역할을 해봤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진짜 엄마를 하고 나니까 경험해 본 연기는 정말 자신 있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연기가 간절했던 만큼 출산 후 복귀작이었던 ‘고백’을 위해 박하선은 수백 번 대본을 보며 대사를 외우고 연기 연습을 했다고. 덕분에 어린 시절 학대의 상처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픔보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는 박하선이다.
박하선은 “오랜만에 연기를 굶다가 해서 그런 고통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나게 연기했다. 현장에서 한 풀듯이 연기해서 좋았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데 오랜만에 연기해서 기쁜 마음이 컸다”라며, “조금 힘들었던 것은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니까 내 안에 있는 트라우마를 꺼내야 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어렸을 때 받은 트라우나마 상처를 다 지우고 치유하고 살고 있는데 그걸 다 끌어오고 그래야 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박하선은 요즘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산후조리원’의 엄마나 ‘며느라기’의 며느리가 아닌 멜로 영화도 꿈꾸고 있다고. 박하선은 “사실 내가 본의 아니게 ‘산후조리원’, ‘며느라기’를 하면서 기혼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하게 돼서 편견을 가진 분들도 있더라. 사실 내 경험 중에는 미혼이 가장 길었다. 멜로나 로코도 계속 잘하고 할 수 있는데, 계속 들어오겠죠”라며 웃었다.
사실 결혼과 출산 후 연기 복귀까지 박하선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출산 후 건망증이 심해져 대본을 외울 수 있을까 걱정했고,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하기도 했다. “복귀하지 못할까봐 되게 무서웠다”는 박하선은 “살도 많이 쪘었다. 운동을 3개월 해도 안 빠진다. 이제 못 돌아가나 싶었다”라며, “류수영 씨와 같이 결혼식에 가도 몰라 보더라. 그때부터 밖에도 안 나가고 그랬다. 친한 작가님이 카메오를 부탁해도 살 빼고 하겠다고 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출산 후)회복도 오래 걸렸다. 회복만 9개월 걸렸다. 다행히 간절해서 그런지 암기력은 좋아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하선은 복귀를 위해 다이어트를 생활화했다고. 박하선은 “모유 수유를 15개월 했다. 모유 수유를 하려면 매일 국밥을 먹어야 하는데, 쌀을 줄어야 한다. 반찬을 저염으로 먹고, 보통 저녁을 5시 30분에 먹고 잔다. 밤에 배고픈데, 예전에는 야식을 먹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곤약 젤리나 정말 배고프면 고구마를 먹는다”라며, “두끼 먹고 밥 반공기 줄이면 진짜 빠지는데 다 못하신다. 지금도 늘 하고 있다. 일할 때는 삼시세끼 챙겨 먹는데 밤에 야식 나오면 안 먹고 버티다가 보통 새벽에 들어갈 때가 많으니까 아침에 먹는다. 김밥을 반 줄만 먹는다. 그게 루틴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박하선 뿐만 아니라 류수영 역시 최근 KBS 2TV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 출연 후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자상한 남편이자 요리와 살림에 능숙한 모습이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박하선에겐 든든한 남편이자 배우 선배였다. 또 두 사람이 함께 육아를 하기에 박하선도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박하선은 “사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이) 받쳐줘서 그런 것 같다. 류수영 씨도 예능만 4개 하고, 작품도 하나 들어가서 서로 바쁘다. 서로 합의를 본 것은 아닌데 ‘일이 들어오면 뭔가로 인해서 못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 일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가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다. 사실 되게 고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수영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사는 거 다 똑같다. 너무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데 안 그러셔도 된다. 요즘엔 아기 때문에 싸우지도 않지만 똑같은 것 같다. 그 분이 인간관계가 되게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다. 집 아니면 일이라서 가능한 것 같다. 음식하는 것도 좋아하시고”라며, “나와 8살 차이가 나는데 그 나이에 아이를 가지니까 나를 보던 눈빛으로 아이를 사랑한다. 알아서 육아도 좋아한다”라고 덧붙이며 애정을 전했다.
다섯 살 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하선의 딸도 놀아주지 않고 일하러 나가는 엄마,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산후조리원’ 이후 바뀌었다고. 박하선은 “‘산후조리원’부터 잘 본다. ‘며느라기’도 동그라미 머리 보여달라고 하면서 되게 좋아한다. 이제는 좋아하는 것 같다. 되게 뿌듯했다. 애가 좋아하는 작품을 했구나. 같이 봤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뿌듯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에 대해서 “그렇게 연기를 한다 벌써. 별로 안 슬픈 것 같은데 되게 슬퍼하고, 그런 끼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배우는 안 했으면 좋겠다. 평범하게 살아라”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오가며 ‘열일’ 중인 박하선은 당분간 열일 모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박하선은 “자리를 좀 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일’을 해야 할 것 같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이것도 복인 것 같다. 작년 초만해도 둘 다 일이 없어서 집에서 쉬면서 있었다. 바빠지면서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하선 주연의 영화 ‘고백’은 오는 24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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