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김재경, 이제는 배우…눈물 머금은 연기 열정 '간이역'(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2.16 17: 43

 “한 장면 한 장면 내가 표현을 잘 한다면 충분히 좋은 감정을 만끽할 수 있겠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34)이 영화 ‘간이역’의 시나리오를 보고 느낌 감정이다. 이 작품의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타이틀 롤을 거머쥔 김재경에게서 연기를 향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16일 오후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재경은 “오디션에 임했는데 감사하게도 붙었다. 이런 느낌의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인 거 같다. 빠른 재미가 많은 작품들 속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꼈다”라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김재경은 이달 18일 영화 ‘간이역’(감독 김정민, 제작 유한회사 간이역, 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고교동창 승현(김동준 분)과 지아(김재경 분)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다. 요즘 보기 드문 감성 멜로.

지아가 대학 진학 및 직장으로 인해 상경하고, 승현은 제빵사의 꿈을 이뤄 고향에서 지낸다. 회사원으로 열심히 살던 지아는 돌연 위암이 재발해 죽음을 앞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아는 고향에서 친구들, 엄마(윤유선 분)와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오랜만에 승현과 재회한다. 이에 김재경은 “지아가 위암인데 시한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외할아버지의 투병 과정을 떠올려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그 당시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할아버지의 고통보다 가족들의 아픔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서점에 가서 투병기를 다룬 책을 샀다. 암 4기병에 관련한 책을 발견했고 그것을 사서 읽어가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인스타그램도 발견했다. 책과 SNS를 틈틈히 보면서 도움을 받았다. 작가님이 SNS에 완치하면 하고 싶은 것들 등 소소한 일상을 올려주셔서 덕분에 지아 캐릭터에 이입을 할 수 있었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덧붙였다. 
엄마 역의 배우 윤유선(53)에게 연기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김재경은 “같은 현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다. 연기 외적으로도 선배님이 스태프에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 배울 수 있었다. 제가 까마득한 후배인데, 선배님이 먼저 편하게 다가와 주시는 모습이 좋았고 감사했다”라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김재경은 영화 ‘심장이 뛴다’(감독 윤재근, 2011)에 특별 출연한 경험이 있다. 이날 그녀는 “드라마만 하다가 영화는 처음 해봐서 어떻게 작업이 되는 건지 궁금했었다. ‘간이역’을 통해 경험하는 기회를 얻어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말했다. “‘간이역’의 배우들, 스태프와 같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영화의 촬영 장소는 전라도. 이에 “함께 MT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영화의 첫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간이역’을 통해 주연으로 나선 김재경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 부담감이 책임감으로 발휘돼 제가 더 잘하길 바랐다. 부담이 될 때마다 그 감정을,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 털어놓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들이 주는 연기를 내가 잘 받아내자는 마음으로 전환했다”라고 부담을 지운 과정을 전했다. 그녀는 극 중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위암에 걸려 고향으로 내려간 여성 지아를 그렸다.
영화현장을 처음 경험해본 소감이 어떤지 묻자, “멀리 떨어져서 고립된 듯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서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 아침에 눈 뜨면 작업하고, 잠이 들기 직전까지 스태프가 보인다는 게 신선했다. 많은 시간을 붙어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일 얘기부터 소소한 얘기까지 다 나눴기에 영화 현장의 매력을 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같은 아이돌가수 출신으로 주연을 맡은 김동준(30)에 대해 “동준이를 친구로만 알았지 일하는 모습은 몰랐다. 무대에서 열정이 많았는데 그 열정이 연기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동준이에게 배운 것도 많았다. 내가 장면을 연구하다 막히면 스스럼 없이 연락을 해서 ‘이건 어떠냐?’라고 물어보며 합을 맞췄다. 무대와 같은 에너지를 가졌지만, 또 다른 느낌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칭찬했다.
“연기하면서 지아를 이해하게 됐다”는 김재경은 “그녀의 선택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촬영을 하면서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김재경은 2010년 함께 데뷔한 그룹 레인보우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이제는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저희가 7명이라 생일파티만 해도 1년 내내 모이는 구조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 보여서 영상통화로 만났었다”고 밝혔다. “멤버들과 오디션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혹시 맡을 배역이 없는지 서로 물어보기도 한다”며 “(오)승아가 저를 선의의 경쟁자로 꼽아줬다는 것에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녀는 레인보우, 연기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재경은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를 꿈꾼 케이스는 아니다. 가수 활동에 집중하다가 뒤늦게 연기에도 관심을 갖고 발을 들인 것.
“걸그룹 시절에는 타인의 연기를 재미있게 보기만 했다. 근데 막상 제가 연기를 하려고 하니 너무 부끄럽더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예능에서 조달환 선배님을 만났고 비슷한 시기에 둘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저는 특별출연으로. 하루는 선배님이 ‘연기수업을 한 번 해주겠다’고 하시더라. 그날 대본은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고, 선배님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연기는 누군가가 되어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하시더라. 내가 생각했던 연기와 달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주셔서 너무 흥미로웠다. 나를 공부하는 것에 끌렸다”고 배우 조달환(41)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재경은 “연기는 미래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현재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살피는 작업이더라. 예전에는 내 시야가 미래에 있었다면 연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으로 옮겨졌다. 나이를 먹는 것도 두렵지 않다. 그래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짐했다.
이에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김재경은 “제 작품을 대중이 보셨을 때 김재경이라는 사람이 안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가령 ‘간이역’을 보시면 한지아라는 사람만 보였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도 제가 아닌 캐릭터만 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할 거 같다. 대중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듣고 싶은 타이틀(수식어)은 없다. 연기를 열심히 잘하다 보면, 대중이 지어주시지 않을까 싶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 유한회사 간이역, 나무엑터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