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유대인 학살을 다룬 수작 '디파이언스'의 한 장면 - 나치의 학살을 피해 깊은 숲속에 숨은 유대인 난민들은 빵도 물도 부족하고 한겨울 추위에 떤다. 리더인 투비아(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런 절망적인 환경에서 아기를 키울수 없으니 임신은 절대 금지한다'고 공동체 선언을 한다. 여기에 한 여성이 있다. 유대인촌에서 독일 병사에게 겁탈당한 사실을 숨기다 점점 배가 부른다. 결국 아기를 낳게 되고 투비아는 추방을 명한다. 그때 나선 다른 여인의 반론이 영화 '디파이언스' 인용의 목적이다. "새 생명이야말로 벼랑끝에 선 우리에게 단 하나 희망입니다."
영화 속 모자는 모두의 축복 속에 공동체에서 함께 살았다. 2차대전에서 수백만명이 학살당한 유대민족이 이스라엘을 기반으로 지금도 지구촌 상권을 휘어잡고 세계 곳곳에 퍼져사는 저력을 유추해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인구절벽이다. 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최근에 접했다. 동네 초등학교 교실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구직난에 교사 지원자만 줄을 섰으니 희한한 풍속도다. 대학정원이 응시생 수를 훨씬 밑돈다고 한다. 지방대 교수들은 직접 청소도 하고 학생 모집에 여념이 없다는 소식이다. 땅 팔고 소 팔아 '자식 박사 학위 따서 교수 되는 게 부모 소원'이라던 쌍팔년도 희망가는 사라진지 오래다.
거주지 화재로 스타벅스에 긴급 대피했다가 신분증, 휴대폰 미소지로 인해 입장 거부됐던 사유리가 사과를 했다는 얘기가 미담으로 등장했다. 사유리가 처음 이런 상황을 자신의 SNS에 올렸을 때부터 '규정을 안지킨 게 잘못'이라는 비난과 '너무 심했다'는 동정론이 팽팽히 맞섰다.
기자는 이번 사유리의 별다방 출입 거절을 다른 포인트에서 봤다. 사유리나 별다방, 그리고 코로나는 다 빼고 생후 3개월된 아기에게 포커스를 맞출 일이다. 불이 났건 침수가 됐건 사유리가 혼자서 피신을 하려다 쫓겨났다면 그냥 해프닝 수준에 불과하다. 사유리가 '아쉬운 마음'을 SNS에 적고 말고할 '꺼리'가 조금도 안된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새 생명 경시 풍조의 확산을 경계할 위험신호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는 어느 부모라도,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우선적인 보호 대상이 되야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이 지금 인구절벽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부터 천문학적인 수십조원 예산을 때려부어도 출생율이 계속 떨어지는 배경 말이다. 새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정인이 사태는 요즘 아동 학대와 폭력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어떤 규정과 권위가 과연 이들 새 생명 앞에 설수 있는지 궁금하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