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방송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쓸 예정이다.
출연진, 그것도 남자 주인공 역 배우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약 90% 가까이 사전제작한 방송분을 일부 폐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청자들 또한 '멘붕'에 빠지긴 마찬가지. 오랜만에 등장한 고품격 퓨전 사극에 열광하던 시청자들은 난데없는 학폭 퇴출로 주연 배우 교체 상황에 맞닥뜨렸다. 김소현(평강 역)과 지수(온달 역)의 로맨스에 흠뻑 빠져들었다 된서리가 내렸다.
물론 가장 타격이 큰 건 KBS와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 콘텐츠일 터. 이번 사태에 심사숙고하던 KBS는 지수 대신 나인우를 중간 투입해 극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된 '달이 뜨는 강'은 총 20부작 사전 제작드라마다. 이번 폭로가 나오기 전 18회까지 촬영을 마무리한 상황.
당장 8일과 9일 방송분은 지수를 최대한 편집하고 방송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계획이다.
나인우는 9회부터 대체 투입돼 온달 역으로 분한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비폭력주의자로 살아가다가 사랑하는 여인 평강을 위해 칼을 잡는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

방송사 측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당초 편성 취소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심각성을 인지한 셈.
그러나 다른 배우들 및 스태프, 제작사, 시청자들에 대한 고려로 재촬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드라마가 미완으로 남게 되는 아쉬움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는 게 KBS 측의 설명이다.

앞서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일 지수의 중학교 동창 A 씨가 학폭 피해를 호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수가 중학교 2학년인 2007년 무렵부터 교내 일진으로 군림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
A 씨는 "제가 바라는 건 보상도 아니고 사과도 아니다"며 "그의 이름 앞에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타이틀은 평생 가슴에 품은 채 살라"고 주장했다.

지수는 학폭 폭로 2일 만에 자신의 SNS에 장문의 편지글을 올렸다. 일부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는 "어두운 과거가 항상 저를 짓눌러왔다"면서 "연기자로 활동하는 제 모습을 보며 긴 시간동안 고통 받으셨을 분들께 깊이 속죄하고, 평생 씻지못할 저의 과거를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체 배우를 투입해 재촬영하겠다고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달이 뜨는 강'이 이미 국내를 비롯해 동남아 일부 OTT 업체 등에 판권 판매를 마쳤기 때문.
지수 하차로 국내 시청자들을 비롯한 해외 드라마 팬들은 순식간에 외모가 급변한 온달을 봐야 하는 형국이다.
한편 지수는 오는 10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군대런'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번 논란과 상관없이 지난해 12월 입대영장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