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이라는 소재로 시작부터 흥미를 유발한 공포 스릴러 ‘최면’이 최근 연예계・체육계 핫이슈로 떠오른 ‘학폭’(학교폭력)과 왕따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시청각적인 장치를 통해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면서도 엔딩에 가서는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여운을 안긴다.
시의성에 맞게 이달 24일 개봉하는 ‘최면’(감독 최재훈, 배급 스마일이엔티)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함께 소통하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연출을 맡은 최재훈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학폭' 문제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거 같다. 이번에 개봉 시기에 또 불거져서 ‘역시 끊이지 않는 구나’ 싶다. 전 최면을 통해 죄의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최면’은 폭력과 왕따로 인해 고통받았던 한 아이에 대해 조명한다.
이어 최 감독은 “최면을 통해 단순히 무섭게, 공포스럽게 소비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무언가 남기고 싶었다. 최근 학폭, 왕따 문제가 심각할 때라 돋보이긴 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을 남기고 싶어 시나리오를 썼다. ‘검객’보다 먼저 썼다”라고 이같이 밝혔다.
‘최면’(제공 스마일이엔티 캐피탈원, 제작 더프라이데이픽처스 스마일이엔티 제이커스텀그룹)은 최 교수(손병호 분)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과 친구들에게 소름 끼치는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공포 스릴러. 이날 간담회에는 이다윗, 조현, 김도훈, 손병호, 최재훈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조현은 도현과 동창인 현정 역을, 김도훈은 병준 역을, 손병호는 의대 최 교수 역을 각각 맡았다.

이날 최 감독은 “시나리오는 7년 전에 썼지만 작년에 코로나가 극성일 때 찍었다. 예산이 적었는데 배우들과 스태프가 잘 메꾸어줬다는 생각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최재훈 감독은 ‘해부학 교실’(2007), ‘오로라 공주’(2005) 등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미술감독으로 실력을 쌓았다. 영화계 베테랑 미술감독으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액션 사극 ‘검객’을 내놓으며 장편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날 그는 “제가 미술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적은 예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의도를 이번 영화의 미술감독님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검객’ 제작 이전부터 이미 구상 중이었던 아이템 ‘최면’은 그에게 굉장히 특별하다. 최 감독은 이날 “최면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영화적으로 표현했을 때 재미있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영화 ‘사바하’(2019)로 스릴러 공포를 경험했던 이다윗은 “저는 ‘사바하’에서 어두운 면을 보지 못하고 따라가는 역할이었다. ‘최면’과 같은 공포는 간접적으로 느꼈었기 때문에 공포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싶다는 마음과 욕심이 있어서 이 영화를 하게 됐다. 직접 겪는 게 훨씬 더 감정적으로 무거웠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현 캐릭터에 대해 “겉으로는 착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싸한 착함이라고 느꼈다. 저는 그렇게 인물을 판단하고 연기했다. 사건을 파헤치는 긴 여정 속에서 죄의식을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면이라는 소재에 처음엔 끌렸지만 하면서 점점 죄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오늘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한 번 더 보니 좋다.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 너무 고생하신 거 같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평소 공포물을 즐기지 못한다는 김도훈은 심리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밤에 대본을 본다든지, 공포영화를 보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모니터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이날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피해자는 기억하고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영화의 드라마 속에 죄의식이라는 주제가 나온다. 영화를 보실 분들이 스릴러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재미가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현정 역을 소화한 조현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최면이란 소재를 보고 관심이 갔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요즘 학폭, 왕따가 이슈가 됐는데 청소년 시절에 학폭은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현은 “살면서 현정처럼 극적인 두려움을 느끼거나 공포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노력을 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드려야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라며 “하지만 그런 작업들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와서 보니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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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마일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