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무섭기도 하고 무거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챙겨야 할 게 많다는 걸 느꼈다(웃음).”
이다윗은 18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스플릿’이라는 영화를 할 때 의자 뒤에 ‘이다윗’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서 너무 좋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좋았다. 이번엔 (이름이 처음으로 올라가니) 내가 혹시 실수한 적이 없었는지 되짚었다. 연기하며 경력이 쌓일수록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며 조심스러워진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배우를 구성하는 요소가 연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여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다. 잘한다고 봐주시는 게 감사하지만 앞으로 계속 천천히 나아가야 할 거 같다.”
이다윗이 타이틀 롤 도현을 맡은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 제공 스마일이엔티 캐피탈원, 제작 더프라이데이픽처스 스마일이엔티 제이커스텀그룹, 배급 스마일이엔티)은 도현과 친구들이 최 교수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고 그날부터 소름 끼치는 사건을 겪는 과정을 담은 공포 스릴러.
모범생에게서 배어나오는 자신감. 대학 3학년인 도현은 일상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은 후 직접 발로 뛰며 자신과 친구들이 얽힌 의문의 기억을 좇는다.
도현 캐릭터에 대해 이다윗은 “극중 초반 도현의 모습이 저의 성격과 닮은 게 있다. 저도 도현처럼 심리(학을)를 좋아하고 궁금했었다. 저는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원리부터 파헤치고 싶은 성향이다. 캐릭터에 제 원래 성격을 녹여내서 어렵진 않았다. 후반에는 도현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또한 제가 흔들리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으로 저와 비교하며 연기로 표현했다”라고 분석 과정을 전했다.

“감독님을 만나 시나리오를 받고 하게 됐다”는 그는 “평소 공포물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런 작업에 대한 호기심은 늘 갖고 있었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하나라도 꽂히는 게 있다. 저는 이번에 ‘강렬한 이미지’라는 말이 끌렸는데 감독님이 최면에 들어가는 모습을 영화적으로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개인마다 최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텐데 이 소재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출발을 하게 됐다”라고 합류한 과정을 전했다.
‘최면’이라는 소재에 대해 그는 “소재를 접하고 ‘겟 아웃’ ‘올드보이’ 등이 떠올랐다. 최면이라는 제목만 봐도 최면을 걸어서 뭔가 하겠구나라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 과연 그게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어떻게 납득시킬지 궁금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완성본을 극장에서 다시 보니 사운드, 색감, 분위기 등이 중요하다는 걸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다윗은 “감독님은 도현이 리더로서 친구들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캐릭터)병준, 찬규가 자기 성격대로 얘기해도 도현은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라고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한 부분을 설명했다.

타이틀 롤을 소화한 그는 “이번에 책임감이 엄청 컸다. 도현이 움직이는 대로 관객들이 몰입할 테니 제 감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관객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집중했다. 머리를 짜내서 기승전결을 이어가려고 했다”라며 “여태까지 현장에서 기댈 수 있는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이번엔 친구들과 어울려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중간중간 손병호 선배님을 만났을 때 진짜 마음이 편했다”라고 촬영 과정 중 느낀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여러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이다윗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이 영화는 최재훈 감독이 7년 전에 쓴 시나리오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에 촬영했다. “코로나 때문에 원래 가려던 장소에서 찍지 못했다. 예산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저는 촬영 전 감독님에게 전화해서 확인해야 할 것들을 미리 체크했다”며 “근데 동생들이 제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해서 제가 안 나오는 장면들까지 같이 고민했다.(웃음) 영화의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작품에 대한 생각만 했다”라고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을 전했다.
“사실 저는 제가 조금 나오든, 많이 나오든 재미있는 게 중요하다. 대본을 읽으면서 제가 연기하는 걸 상상하면 재미있는 게 있다. 무엇보다 저는 내가 연기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기는 게 좋다. 그 안에서 재미있게 할 요소가 있다면 더욱 좋다. 여태껏 많은 감독님들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연기자 생활을) 해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제게 아쉬운 건 많다. 어떨 땐 보면서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한다.(웃음)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저것 밖에 못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다. 오랜 시간을 하면 흔히 '장인'이라고 부르지만 저는 연기를 오래했어도 잘한다는 생각을 못해봤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당연히 존재한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접지 않고 열심히 달려 나가고 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라고 했다. “저는 어떤 영화, 어떤 장르든 ‘이다윗이 나오면 봐야지’ 라는 말을 듣고 싶다. 영화계 하나의 기둥으로 존재하고 싶다.(웃음)”라는 바람을 전했다.
‘최면’은 최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추악한 부분,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 오류,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와 그의 가족 등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다. “저희 영화가 죄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개봉시기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그런(학폭) 이슈와 더불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마음 속에서 ‘너무 적절한 시기다’라는 생각은 안 든다.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올해의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자는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출 욕심도 있는데 시나리오를 쓰는 게 어렵다.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보다가 언젠간 제가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03년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한 그는 올해 활동 18주년을 맞이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연기를 하면서 계속 도전은 하고 있다. 20대에는 특히 더 많은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봤다. 앞으로는 다큐멘터리 같은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 인간의 삶을 다룬 영화를 하고 싶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장르 속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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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마일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