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영화 ‘자산어보’의 이준익(62) 감독이 다시 흑백영화에 도전한 것에 대해서 "'동주'로 자신감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19일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개봉 인터뷰에서 '자산어보'로 다시 흑백영화를 시도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동주'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자산어보'를 통해 좀 더 과감한 도전에 나선 이준익 감독이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동주’에 이어 다시 한 번 흑백영화로 작품을 완성해냈다. '자산어보'는 흑백이지만 어느 작품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이 담겼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동주’와 다른 결의 흑백영화로 탄생된 ‘자산어보’에 대해서 “‘동주’ 때와 다른 면이 있다. ‘동주’는 어째든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를 시도한 거다. 그렇다 보니까 카메라 장비도 아주 저렴한 것, 영화 찍는데 잘 안 쓰는 것으로 찍었다. 흑백의 질감이 굉장히 그야말로 저렴하다. 상업적인 소재가 아닌데 영화로 하려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그 많은 장소를 찍으려면 제작비가 엄청나다. 이런 이야기가 상업적으로 실패하게 되면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터전을 망가트릴까봐, 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서 ‘자산어보’를 과감하게 해보자고 했다. 엄청나게 큰 제작비는 아니지만 ‘동주’보다 좋은 여건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 한번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흑백을 찍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색감이 없으니까 질감으로 모든 디테일을 표현하려고 했다. 의상, 미술, 인물의 분장, 세트 그런 것들이 ‘동주’보다 훨씬 섬세하게 구현됐다. ‘동주’에서는 자연이 별로 없다. 좁은 공간에서 저예산으로 찍으니까. 섬이라는 자연의 유리한 환경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준익 감독은 ‘동주’와 ‘자산어보’에 이어 다시 흑백영화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주’ 이후에 물론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은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넘치는데 찍다 보면 불안감이 커진다. 일단 이 소재가 상업적이지 않다. 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열심히 찍는데는 불안감은 보약이다. 그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이 창작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 불안감이 흥행이 안 되면 불안감이 공포심으로 몰려온다. 그 다음에 영화 감독으로서의 행보에 치명적인 굴곡을 겪어야 하는 것들을 이미 앞 영화에서 여러 번 해봤다. 정말 괴롭고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준익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은 배운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생긴 대로 산다고, 기질이 있으니까 눈 딱 감고 가는 거다. 이제 본격적인 관객들의 평가를 받을텐데, ‘자산어보’의 평가가 영화 개봉 후에 또 1~2년이 지나야 그 영화가 자기 자리를 찾아갔을 때 그때 ‘다음에 또 흑백영화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할 것 같다. ‘동주’ 때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아무리 스코어가 성공해도 5~10년이 지났는데 다시 회자되지 않거나 스코어로만 남아 있다면 그 영화는 자기 자리를 못 찾아간 거라고 생각된다. 어떤 영화는 스코어와 상관 없이 5~10년이 지나도 다른 영화가 들어갈 수 없는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게 모든 감독의 열망이다. ‘동주’가 그 자리를 잘 찾는 것 같아서 생긴 자신감이다. ‘자산어보’도 자기 자리를 찾으면 그때 자신감을 찾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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