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미학"..변요한, '자산어보' 통해 깨달은 것들(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1.03.23 14: 42

"이런 작품을 찍고 싶었다."
배우 변요한(35)은 담백했다. 과장된 설명이나 꾸밈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게 영화 ‘자산어보’를 대했다. 영화를 통해 그가 얻은 것, 깨달은 것, 그리고 느끼고 있는 것은 수없이 많았지만 한 마디 말에 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변요한은 느리지만 진중하게 ‘자산어보’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변요한은 23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개봉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작품을 찍고 싶었다”는 한 마디로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자산어보’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변요한은 ‘자산어보’를 통해서 4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됐다. 오랜만에 내놓는 영화인 만큼 그에게 남다른 의미의 작품. 변요한은 최근 진행된 ‘자산어보’ 시사회에서 작품을 본 후 진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변요한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후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 “영화를 보면서 사실 눈물을 참으려고 했다. 내가 내 모습을 본다면 여러 가지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감사함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라며, “나도 찍고 나서 엄청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봤기 때문에 굉장히 감사함의 눈물이었다. 결과물을 봤을 때 ‘정말 좋은 영화’라는 나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다. 슬픔을 참으려고 했는데 그냥 흘려버렸다. 여운이 아주 깊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변요한은 여운에 대해서 “뜨거움이었던 것 같다. 정신차리고 생각했던 게 그 뜨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약전과 창대도 뜨겁지만 주민들도 뜨겁고 정말 사랑이 많고, 그 안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음도 끊기지 않고 그러면서 묘하게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감정들이 보여진다. 결국에는 약전과 창대만의 벗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때 정약전 선생님 옆에 계셨던 모든 사람들이 벗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쪽 사람들이 다 여운을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덧붙였다. 
변요한은 극 중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이다. 
‘자산어보’는 흑백 영화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주는 작품이다. 흑백 영화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이준익 감독표 연출로 더욱 풍성한 색채를 자랑하고 있다. 변요한은 흑백 영화라는 특이점은 물론, 사투리 구사 등 창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변요한은 “흑백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한 굉장히 영광스러운 그런 감사함의 감정을 느꼈다. 막상 감사함을 느꼈을 때는 또 한 번 ‘무엇이 더 옳게, 바르게 영화에 담길 것인지’ 고민했을 때 흑백이라는 영화 톤 자체가 색채감이 없고 목소리와 눈으로만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실되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투리도 구사해야 하고, 생물 손질도 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은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내 주변에 아주 든든한 선배님들이 있어서 어렵지 않고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극 중 정약전은 역사에 기록된 인물로 고증을 따랐지만, 변요한이 연기한 창대는 허구가 가민된 캐릭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 이름 이외에 그의 배경이나 성격 등에 대해서는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졌다. 
변요한은 창대 캐릭터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저는 ‘참 작품을 하면서 공부가 되겠구나’라는 생각과 인물 창대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막상 하려고 하다 보니까 조금은 막막하더라. 내가 연기로 표현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표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라는 것을 고민했을 때 지금 시기의 저 같다는 생각도 했고, 청춘 같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올바른 시선으로 내가 시나리오를 보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어서 다시 한 번 봤다. 그 시대에 창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학문에 대해서 갈증을 느낄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막상 현장에 들어가서는 많은 선배, 동료 배우들이 같이 잘 조합이 돼서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요한은 “서문에 몇 마디 나오지 않는 장창대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가미해서 정약전이라는 큰 인물 옆에 같이 나열해주셨다. 장창대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내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청년부터 20대, 30대 그런 연기를 세월이 흘러가는 연기를 하면서 나 또한 궁금했던 게 마지막은 창대라는 인물이 어떻게, 어떤 표정을 짓고 살아갈까 고민했다. 다행인 건 ‘종착지에 잘 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10대는 10대 대로, 20대는 20대 대로, 30대는 30대 대로 창대의 시각과 가치관을 확장시키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창대라는 인물을 만난 것 못지 않게 배우 설경구와 이정은, 그리고 이준익 감독과 호흡하는 것 역시 변요한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변요한은 설경구와 만남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던 바.
변요한은 설경구와의 호흡에 대해서 “이준익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후배 배우로서 늘 동경하고 갖고 있었다. 두 분을 한 번에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굉장히 감사했고 흥분됐다”라며, “작품을 하면서 설경구 선배님은 공과 사가 명확한 분이다. 정말 내가 느낀 좋은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하면 밤 새울 것 같다. 지금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서툴러 보이지만 그렇지 않고 후배 배우들을 너무나도 잘 챙겨주고 하나 하나 선택할 때 들어주시면서 그 이상의 지혜를 주시는 분인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요한은 “아침에 줄넘기 1000개를 하고 오신다. 후배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나도 바다를 뛰어 다녔다. 현장에 와서는 대본도 안 보신다. 다 외워 오신 거다. 케미가 안 생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선배님께서 완벽한 태로 서 있으니까. 많이 배웠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이준익 감독님은 장점을 보시는 분이다. 약점 눈을 감아주시는 분이다. 감독님이 항상 배우들과 ‘친구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 이런 부분이구나’, ‘그래서 ‘자산어보’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극 중 정약전을 챙기는 가거댁 역을 맡은 이정은과의 재회에 대해서는 “이번에 두 작품째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감정신을 나눴다. 그때 엄청 뜨거운 교류를 했었다. ‘자산어보’를 함께 하면서 섬에 있으면서 함께 숨을 쉬었다. 호흡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이정은 선배의 대사지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뭔가 되게 따뜻하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큰 포용력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촬영을 할 때도, 끝나면서도 많이 의지했다. 또 작품에서 뵙고 싶다”라고 진심으로 말했다. 
변요한은 인터뷰 내내 ‘자산어보’의 현장, 또 선배⋅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배운 건 물론 잘해야겠지만,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되냐는 생각을 할 때 좀 더 즐기는 법을 안 것 같다. 좀 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몸을 던져버리자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자산어보’가 변요한에게 특별한 의미와 깨달음을 준 작품인 만큼, 그가 느낀 위안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는 변요한이었다. 변요한은 “우선 극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늘 영화는 대중에게 친구였기 때문에 위안과 공감을 얻고, 우리 작품에서 이야기한 어떤 부분에 대해서 그런 메시지를 각 장면마다 다르겠지만 느꼈으면 좋겠다.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위로와 공감과”라고 바람을 전했다. 
또 변요한은 ‘자산어보’만의 매력의 대해서 “흑백의 미학이 있고, 멋진 영화 안에서 자연을 볼 수 있다. 그것보다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산어보’를 찍으면서 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별이 쏟아지고 파도가 치는 장면도. 그 큰 파도가 나를 덮치려고 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큰 여운을 드릴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산어보’는 변요한에게 “꼭 찍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오래 생각하고 또 영광이 되는 작품. 변요한은 “이런 작품을 찍고 싶었다”라며, “각 장면마다 여러 번 볼 수 있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었다. 그런 작품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나에게 ‘잘 버텼다’라고 칭찬했다. ‘좋은 작품 만났네 더 힘내자.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나도 힘이 될 때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변요한에게 많은 깨달음은 물론, 배움과 위안이 된 ‘자산어보’. 관객들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31일 개봉. /seon@osen.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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