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던진 개그우먼 김영희가 “개그의 기본이 패러디이기 때문에 제가 패러디 하는 것을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메인이 된 장면을 넣었는데 무엇보다 저는 삼포시대의 아픔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영희는 24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춘’(감독 김영희, 배급 주식회사 나우콘텐츠, 제작 애플캔미디어 주식회사, 제공 비플릭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 연출을 하고 싶다. 제게 성인영화는 고마운 장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생춘’은 지난 2010년 KBS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김영희가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이다. 연애와 결혼 등 3포세대의 아픔을 담아 코믹한 에로 장르로 풀어냈다.
김영희는 “제가 11년 동안 솔로일 때 성인영화에 빠지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민도윤 배우를 (영화로) 보게 됐다. 근데 한동안 작품 활동을 안 하시길래 DM을 보내 연락을 드렸다”고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에 패러디물이 점점 사라지는 거 같아서 제가 직접 패러디물 연출을 하고 싶었다. 조금의 오지랖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장난으로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봉만대 감독님이 계신데 저는 뱃살이 좀 풍만하게 나와서 부캐는 '풍만대'다”라고 감독으로서 의도를 전했다.
이어 그녀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제가 개그우먼이라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는 거다. 중요한 건 제가 연출을 단순한 호기심과 장난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거다. 진지하게 임했다. 근데 다음 작품부터는 (이번 영화보다)재미있는 부분을 더 많이 살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패러디한) ‘티펜티 하우스’다. 또한 ‘민도윤의 50가지 그림자’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성인영화 이외에도 다큐멘터리도 준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영상으로 찾아뵐 거 같다”라고 밝혔다.

주연을 맡은 민도윤은 “이쪽 장르가 촬영 현장 상황이 굉장히 빠듯하다. 빨리 빨리 진행을 해야 한다. (제가 현장 경험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신인감독인 김영희를 걱정했다. 본인이 구상한 것과 현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걱정은 좀 했는데 김영희가 감독으로서 현장에선 눈빛이 바뀌더라. 그래서 원래 친구지만 현장에서 깍듯하게 ‘감독님’이라고 불렀다”고 그녀의 열정을 칭찬했다.
이어 민도윤은 “굉장히 큰 작품의 패러디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잘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다. 대작을 패러리하는 것에 있어서 압박감이 컸는데 그래서 이 친구와 평소보다 더 잘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부담감이 컸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성인영화 감독들과 신인 김영희의 차이점에 대해 “김영희 감독은 다른 감독님보다 섬세하다.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신경 써주더라”고 비교했다.
김영희는 ‘기생춘’이 성인영화지만, 그럼에도 영상미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스토리가 중요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특히 베드신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 드라마에 거품키스가 있는 것처럼 저도 저만의 장치(시그니처)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안전벨트를 이용한 베드신이다. 오늘 시사회에서 공개된 것에는 삭제됐는데, 극장에서는 보기 어렵고 4월 중 IPTV에서 볼 수 있다. 오늘 시사회에서는 낮부터 불편하실까봐 공개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삼포시대의 아픔을 담고 싶었다”는 그녀는 “‘기생충’처럼 채끝살을 올린 짜파구리는 이 영화에서 사치다. 그래서 저는 육포를 불려서 올려보았다”라고 디테일을 살린 부분을 강조했다.
이어 집중한 장면에 대해 김 감독은 “촬영 환경에 처음 뛰어든 것인데 사실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감독으로서, 중심을 못잡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촬영 전)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눈에 익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자 배우들을 잘챙겼다. 촬영이 끝나고 (담요를)덮어준다거나 뒤처리는 제가 했다. 근데 민 배우가 현장에서 잘 챙겨주더라”고 칭찬했다.
최고의 장면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아까도 언급했듯 차 안 신(scene)이다.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 장면을 찍고 나니 마치 사우나에 다녀온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되더라”고 답했다.
김영희 감독의 ‘기생춘’ 무삭제판은 내달 비플릭스로 만나 볼 수 있다.
김영희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봉준호 감독에 대해 “봉준호 감독님은 작품에 사람 사는 냄새를 담는다. 저도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물론 장르는 다르지만, 저도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봉준호 감독님을 굉장히 존경하고 앞으로도 제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4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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