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어떻게 美 주류가 됐나[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1.04.05 09: 17

2000년대 초반, 짧지만 2년여 동안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다. 메이저리그 취재가 목적이었던 덕분에 미국인보다 더 미국의 이곳저곳을 자주 돌아다닐 기회를 가졌다.
주거주지는 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의 홈구장이 자리한 달라스. 이 곳을 기점으로 뉴욕에서 LA로 동서부를 건너고 시애틀, 시카고, 보스톤, 휴스톤,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 등 대도시를 섭렵했다. 박찬호뿐 아니라 서재응 봉중근 추신수 김선우 김병현 등 메이저와 마이너에 쟁쟁한 한국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시기였다. 덕분에 오마하, 샌안토니오처럼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소도시까지 자주 방문했다.
한식 없으면 사흘을 못버티는 식성 덕분에 구석구석 한식당을 찾아다니라 애쓰던 시절이다. 덕분에 성공한 한국 교민들을 많이 만났고 집 초대도 받고 했다. 수영장 딸린 2층집에 널찍한 잔디 정원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식장과 세탁소, 야채상 등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을 밑천삼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부를 쌓아올린 이들은 자신의 2세, 3세만큼은 미국의 진정한 주류 사회로 진입하길 바라는 듯 했다. 그런데 미국 주류 사회가 뭐죠?

말 그대로 미 대도시 도심의 대기업이나 월스트리크같은 금융계, 실리콘밸리같은 첨단 산업지역의 핵심에서 일하는 화이트 칼러를 뜻했다.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이고. 아시아계 이민자 1세대들에게는 천상세계나 다름없고 넘보기 힘든 장벽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칸 아메리칸조차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주류 사회 진입은 못이루지 않았나 싶을 정도니까.
사설이 길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빅히트)가 최근 미국 이타카 홀딩스란 회수를 인수한게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엔터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획자 스쿠터 브라운이 이끄는 SB 프로젝트(Scooter Braun Project, SB Project)와 빅머신 레이블 그룹(Big Machine Label Group, CEO 스콧 보세타)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모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사들인 것이다.  
한 마디로 스쿠터 브라운은 미국 엔터사업의 주류이자 핵심이다. 그가 창업한 이타카 홀딩스는 음악, IT, 영화,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특히 SB프로젝트에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제이 발빈(J Balvin), 데미 로바토(Demi Lovato) 등이 속해 있다.
이 모든 회사와 스쿠터 브라운은 이제 넓은 의미로 하이브 구성원이다. 하이브? 방탄소년단의 모체이고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여자친구, 뉴이스트, 지코, 엔하이픈 등이 활약하고 있다. 스쿠터 브라운에게 이제 방탄과 세븐틴은 자신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서라도 발벗고 관리해야할 메인 아티스티로 탈바꿈했다. 단순히 계약서 도장 찍고 미국 진출을 위해 살살 애써주다가 수수료 받는 관계는 이제 옛말이라는 이야기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이번 이타카 홀딩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으로, 두 기업은 그동안 축적한 성과와 노하우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긴밀한 협업으로 고도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K팝이 팝시장 본산인 미국 엔터의 주류 회사를 사들이다니. 방 의장 말대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적어도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며 미국 주류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기자로서는 그 의미가 수백배 더할 뿐이다. /mcgwire@osen.co.kr
[사진] 하이브
[사진] SNS, 하이브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