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 하니→배우 안희연, 스크린 데뷔 "습습후후 호흡으로 달려갈래"[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07 13: 05

 “제가 보기엔 주영이 착한 거 같다. 착하지 않나요?(웃음)” ‘어른들은 몰라요’의 주영(하니 분)은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약하고 여린 캐릭터다.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센 척’을 한다고 할까. 가출 4년차에 길거리를 떠돌다가 우연찮게 임신한 동갑내기 세진(이유미 분)을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 없이 덜컥 물건을 훔치고 합숙하며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무턱대고 과감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들여다보면 속깊고 상냥해서 매력을 하나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 연기자로 전향한 안희연(하니)과 주영의 만남은 어쩐지 합이 좋다.
하니는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영이 거칠지만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세진을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다. 전사(前史)가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저는 주영의 (과거 학교 친구에게 책임감을 가진) 전사를 감독님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어니 그걸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하니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 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 제작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하니 분)과 함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니는 2012년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다. 이 영화가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인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내가 연기자를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엄마에게도 ‘내가 시인이 되고 싶으면 시인이 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하. 가수 계약이 끝나고 나서 (나를 찾기 위해) 바로 그리스 배낭여행을 떠났었다”며 “제가 예전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이뤄지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한 건 아니었다고.
“그리스 여행 중 인스타 DM을 받았다. 감독님이 ‘박화영 감독인데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라고 하시더라.(웃음) 감독님이 ‘새 작품을 준비 중인데 하니씨와 같이 만들고 싶다'고 하시면서 먼저 시나리오를 읽어 달라고 하셨다. 저로선 땡큐였다.(웃음) 사실 시나리오만 읽는 건 문제가 없지 않나. 근데 읽고 나서 감독님에게 제가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그땐 소속사도 없어서, 여행을 나온 상태라 출연 여부에 대해 혼자 결정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씀 드렸다. 특히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가 소속사를 정하고 출연까지 결정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땐 이 영화의 크랭크인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제가 하게 되면 영화에 피해를 줄 거 같아 처음엔 고사했다. 근데 감독님이 한국에 들어오면 만나자고 하시더라.” 
하니는 이어 “제가 그때 EXID 일본 콘서트가 있어서 어차피 한국에 들어와야 했다. 당시 감독님, (배급사)리틀빅픽처스 관계자분들을 만났다. 제가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던 저만의 생각을 얘기했다.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 얘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여 주셨다. 심지어 제가 ‘박화영’을 안 보고 갔음에도…(웃음) 그 이후 ‘박화영’을 봤다. 이환 감독님이 연출하면 제가 우려한 부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전했다. 
“연기 경험이 없으니, 이 사람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특히 이환 감독님의 환경 아래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감독님과 둘이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당시 저는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정한 게 없어서 그냥 배낭여행을 떠났던 거였다. 여행을 가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간 건데 막상 거기 가서도 찾은 게 없더라. 내가 찾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만들었으면 했다. 감독님에게 '이 영화가 좋은 쪽으로 가는 게 맞느냐'고 물었고 감독님도 '이 영화로 많은 걸 바꿀 수 없지만 그래도 나도 그런 방향을 꿈꾸고 있다'고 하시더라.”
‘어른들은 몰라요’는 2018년 개봉한 ‘박화영’(감독 이환)과 긴밀하게 맞닿아있다. 이번에도 이환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으며, 전편에서 임신한 가출 학생 세진(이유미 분)이 후속작의 주인공으로 서사 전반을 이끈다. 그런 세진이 길거리에서 가출 4년차 친구 주영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저는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봤었다…큰 스크린으로 보니 기분이 묘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린 하니는 “마음이 아픈 영화였다. 처음엔 제 연기만 보다가 나중엔 이야기가 보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음이 먹먹해졌다. 눈물이 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년이 지나서 또 봤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당시 2~3달 정도 이 영화의 촬영을 했다. 이 기간을 짙게 살았다. 제가 그때 소속사가 없어서 할 일도 없고 스케줄이 없어서 매일 갔다. 그전에는 EXID로서 여러 스케줄을 했었는데 계약 종료 후 여행을 갔다가 오니 회사도 없고…이 영화를 찍기로 하고 나서는 매일 워크샵에 갔다.”
캐릭터 주영을 연기한 하니는 “이런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 제가 함께 했다는 사실에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그게 무언가 마음을 울리는 먹먹함이 있었던 거 같다”라고 자신의 영화를 보고 울었던 기억을 짚었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던 하니는 촬영 전 기초부터 배우기 위해 매일 워크샵에 갔다고 한다. “제 촬영이 없을 때도 가서 감독님에게 (연기를) 봐달라고 했다. 사실 욕하는 게 어려웠는데, 워크샵을 하면서 욕 하는 장면을 많이 연습했다. 같이 나오는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에 이어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정도로 리얼하게 10대 비행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봤다.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10대들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문제작의 계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니는 “이 영화를 찍고 너무 좋았다. 내가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의미있는 일에 일원이 됐다는 게 좋았다. 다만 제가 원하던 환경에 있어서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연기를 해서 좋았던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웹드라마 ‘엑스엑스’에 임했는데 연기가 재미있더라. 그래서 그 다음 그 다음을 또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수 이후 배우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연기의 맛을 느꼈고,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는 하니. 배우로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그녀의 앞날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하니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연기자가 될 거야'라는 마음이었다면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하는 데 엄청난 고민과 걱정이 들었을 거 같다. 하지만 당시의 제 상태가 미래지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용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제가 러닝을 좋아하는데 친구가 '습습후후 호흡' 방법을 알려줬다. 옛날에 저는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고 목표 지점을 찍고 달리는 사람이었는데 친구가 알려준 대로 습습후후 호흡에 집중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도착해 있더라. 앞으로도 그렇게 달려나가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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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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